제가 나이가 들면서 가장 아쉬운 일은 바로 예전과 같은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어느 순간 영화를 볼 때도 ‘재밌다’는 감상이 아니라 기계적인 ‘평가’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술을 마실 때에도 어떻게든 술 한 잔 속에 삶의 고뇌를 녹여내려고 하며, 연애를 할 때도 설렘보단 편안함을 찾게 되더군요. 정말 순수하게 순간의 즐거움을 느껴본 게 언제인지 싶습니다. 이 변화를 최근 을 볼 때 아주 여실히 느꼈습니다. 분명 10여 년 전 이십대 초반에 를 보았을 땐 멋진 비주얼의 황홀경에 빠져 허우적대던 기억이 나는데, 을 볼 때는 지가 뭔데 마치 ‘제임스 카메론의 영화史 뉴테크놀로지편 : 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논문을 심사하는 것 같은 태도로 영화를 보고 있더란 말이죠. 그 때 아주 여실히 깨달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