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영이

2023년엔 무엇을 이루고 싶으신가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DenH 2022. 12. 25. 17:56

 

다사다난했던 2022년이 끝나가고, 2023년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저는 매년 시작 시점에 서게 되었을 때, 조금은 복잡미묘한 감정을 느끼곤 하는데요. 괜스레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의 감정이 1번, 그리고 무엇도 이루지 못했던 작년을 돌아보면서 우울함을 느끼는 감정이 2번, 그럼에도 올해는 꼭 다를 것이라는 결심의 마음이 3번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곧 시작되는 새해를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할지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고자 합니다. 바로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속 주인공 월터(벤 스틸러)의 일화를 통해서 말이죠.

 

 

[줄거리]

 

‘라이프’ 잡지사에서 16년째 근무 중인 월터 미티.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상상’을 통해 특별한 순간을 꿈꾸는 그에게

폐간을 앞둔 ‘라이프’지의 마지막 호 표지 사진을 찾아오는 미션이 생긴다.

평생 국내를 벗어나 본 적 없는 월터는 문제의 사진을 찾아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등을 넘나들며 평소 자신의 상상과는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어드벤처를 시작한다.

 

누구보다 평범한 일상을 살던 월터,

그 누구도 겪은 적 없는 특별한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 가끔은 쳇바퀴에서 내려올 필요가 있다

 

월터는 아주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라이프> 매거진에 실리는 필름을 관리하는, 나름 멋진 직업을 가진 사람이지만요. 그의 삶 공간은 직장과 집 두 개 뿐입니다. 월터는 이 사실에 대해 꽤나 답답함을 느끼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그는 하루종일 지금의 삶과는 다른 삶을 상상하며 시간을 떼웁니다. 대표적으로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매력을 마음껏 어필한다거나 △갑작스런 사고에서 수퍼히어로가 되는 상상 같은 것 말이죠.

 

 

그래서 그를 조금 다른 관점에서,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어찌저찌 살다보니 직장인’이 된 것 같습니다.

 

솔직히 이러한 영화 초반부 그의 모습을 보고, 조금은 저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특히 데이팅 사이트에서 그가 ‘Been there(가보았던 곳)’, ‘Done that(해본 것)’에 선뜻 답을 하지 못한 모습이 더욱 그러했습니다.

 

제 삶은 작년 어느 한 날과 오늘을 비교해보아도 ‘아마 지하철을 타고 출근해서, 점심은 백반집에서 먹고, 640번 버스를 타고 퇴근한 뒤 집에서 대충 게임 한 판 하다 잔’ 똑같은 삶이었기에, ‘어딜 가보았나요?’ ‘무엇을 해보았나요?’라는 질문이 저 또한 꽤나 난감하게 느껴지더군요.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반드시’ 그 쳇바퀴에서 내려와야 답을 할 수 있는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 영화는 스토리를 이어가기 위해, 월터를 쳇바퀴 아래로 쫓아내 버리죠. 그랬더니 그의 삶은 온갖 ‘특별함’으로 채워집니다.

 

 

▶ 일단 떠나면 될까??!

 

영화 속에서 월터에게 생긴 첫 번째 특별한 일은 ‘쳇바퀴’에 생깁니다. 직장인 <라이프> 매거진이 폐간된다는 소식이었죠. 10여 년간 반복된 쳇바퀴가 아예 부숴져 버린 셈이랄까요. 더구나 마지막 호 표지로 써야할 사진마저 분실해 버리면서, 그의 평온한 삶에 균열이 생깁니다. 그리고 그는 결심하죠. 마지막 호 표지 사진을 찾기 위해, 사진작가 숀 오코넬(숀 펜)을 찾아 떠나기로.

 

 

근데 여기서 참 재미있는 점은 월터가 그 어떤 고민도 없이, 심지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숀을 찾아 훌쩍 떠난다는 것인데요. 보통은 ‘다른 사진을 표지로 쓸까?’ 혹은 ‘회사에 얘기해서 다시 사진을 받을까?’라고 고민을 할 텐데, 거리낌 없이 공항으로 뛰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어쩌면 월터도 훌쩍 떠날 수 있는 계기를 내내 기다리고 있던 건 아닐까 싶기도 했고요.

 

그렇게 떠난 월터는 숀을 찾기 위해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그리고 히말라야까지. 무수한 곳을 돌아다닙니다. 마치 자신의 상상을 실현시키겠다는 듯이 말이죠. 폭풍이 부는 날 헬기를 타고 가다 바다에 뛰어내리기도 하고, 화산 폭발 한 가운데 있기도 하고, 그리고 상상 그 이상의 아름다운 풍경도 체험하고요.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상상이 아닌, 현실로 체험한 그는 점점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 떠나본 자만이 알 수 있는 진리 “최선을 다하는 내가 바로 삶의 정수”

 

우여곡절 끝에 월터는 설산 한 가운데서 카메라를 들고 있는 숀을 만납니다. 그리고 숀은 월터에게 이 영화, 그리고 삶을 관통하는 한 마디를 전합니다.

 

 

“아름다운 순간이 오면, 카메라로 방해하고 싶지 않아. 그냥 그 순간에 머무를 뿐이지”

 

돌이켜보면 우리는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특별한 순간을 기다리며 살아가곤 합니다. ‘어디를 가건’ ‘무엇을 하건’ 조금 특별하다 싶은 순간엔 카메라를 켜죠. 물론 그 사진을 다시 꺼내어 보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핸드폰 갤러리의 용량을 잡아먹기만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진 셔터를 누르는 찰나의 순간이 아니라, 그 특별함을 위해 노력했던 매 순간이 더 소중할 수도 있는데 말이죠.

 

숀이 전해준 마지막 호 표지를 장식하는 ‘삶의 정수가 담긴’ 사진은,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쳇바퀴 속에서 열심히 일을 하는 월터의 모습이었습니다. 세상의 온갖 아름답고도 특별한 순간을 포착해온 사진작가가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한 순간을 ‘삶의 정수’라고 이야기 하는 데서 조금은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이 영화가 멋진 까닭은 현실 그 너머의 상상을 이루고자 하는 우리에게 도전을 권유하지만, 그 도전만이 위대하고 숭고한 것이라고 이야기 하지는 않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 평범한 하루를 이어가는 것도 위대한 ‘삶의 정수’이니까 말이지요.

 

 

아무튼 말이 길었지만, 짧게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지난해에 무언가 이루지 못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올해도 꼭 무언가를 이루어야 한다고 스트레스를 받지 마세요. 여러분은 이미, 매일 삶의 정수를 이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