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영이

감명 깊게 들은 음악은 평생 추억이 되더라 <비긴 어게인>

DenH 2022. 8. 21. 18:14

지난 금요일 퇴근하고서 친구들과 만나 가깝게 강화도로 2박 3일 여행을 떠나던 길이었습니다. 퇴근한 저를 데리러 온 친구의 차에 반갑게 올라탔는데, 차에서는 오늘 글의 주제가 되는 영화인 <비긴 어게인>(2014, 존 카니 감독)의 OST ‘Coming Up Roses’가 흘러 나오고 있었습니다.

 

강화도 여행 인증샷입니다. 잘찍었죠?

 

대학생 시절에 굉장히 좋아하던 노래였지만, 꽤 오랜 시간 동안 기억에서 잠깐 지워져 있던 노래였는데요. 반가운 마음에 “어? 야, 이 노래 엄청 오랜만에 듣네”라는 말과 함께 그 시절의 추억 속으로 빠져 들었습니다. 강화도로 향하는 한 시간 반 동안 놀랐던 건 <비긴 어게인>이 개봉한 지 8년이나 흘렀다는 사실이었고, 이때 우리가 다 함께 이 영화를 보러 함께 CGV에 갔었다는 것, 그리고 우습게도 지금 세 사람 중 누구도 <비긴 어게인>의 내용을 정확하게 기억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ㅋㅋ)

 

내용을 기억하지는 못했음에도 그 때 함께 극장에 가서 왁자지껄 놀았었던 것은 모두가 추억으로 남겨두었다는 게 참 재밌었는데요. ‘Coming up Roses’라는 노래 한 소절로 떠나본 8년 전 시간여행, 그리고 거기서 오는 힐링. 이게 음악의 힘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 모든 게 변해! 시대도, 사람도!

   ( + 하지만 음악의 힘은 변하지 않지)

 

<비긴 어게인>이 8년 전 대학생 시절에 재미있었던 이유는 “노래가 좋다”라는 것과 성공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의 모습에서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장밋빛 미래를 그렸던 대학생 때는 젊은 패기를 가졌고, 또 애인과의 사랑에 실패하고 아파하는 젊은 그레타의 모습에 더 공감할 수 밖에 없었던 탓이지요.

 

하지만 서른이 훌쩍 넘어버린 지금은 댄(마크 러팔로)의 사연에 더 마음이 끌립니다.

 

"이봐, 시대는 변한다구!"

 

댄 멀리건은 ‘라떼’ 잘 나갔던 음반 제작자였지요. 예전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와이프는 바람이 나버리는 등 일과 일상 모두에서 실패를 겪으며 매일 술독에 빠져 지내는 씁쓸한 인생을 살고 있죠. 그런 그에게 누군가는 말하죠. “세상은 모든 게 변해! 시대가 바뀌는 만큼 사람도 변해야 해” 이 말이 왠지 댄을 포함한, 사회에서 많은 힘겨움을 겪고 지내는 저와 같은 어른에게 전하는 말인 것 같습니다.

 

 

그런 댄이 한 바에서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의 노래를 듣고 눈을 번쩍 뜹니다. 아마 그의 음색에서 가능성을 발견했기 때문이겠지만, 그가 부르는 노래 ‘A Step you can't take back’의 가사를 살펴보면, 댄은 이 순간 음악이 주는 강렬한 위로의 힘을 느낀 게 아닐까 싶습니다.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딛을 준비가 되었나요. 되돌아 갈 수 없는 걸음이에요.

 

이후 삶을 포기하고자 했던 댄은 그레타에게 다가갑니다.

 

 

 사실 그레타도 사연이 많습니다.

 

사실 그레타도 그 바에서 노래를 부르게 된 사연이 있었습니다. 그녀에겐 오랜 연인이자 동료인 데이비드(애덤 리바인)가 있지요. 음악을 향한 꿈을 열심으로 치환하여 성공가도를 달리게 된 데이비드를 따라 뉴욕에 오게 되었지만, 레코드사에서는 함께 한 그레타의 노고는 인정하지 않은 채, 소외시켜 버립니다.

 

자신의 노력을 무시 받은 데 이어, 남자친구 데이비드는 바람을 피우고 심지어는 그레타가 아닌 다른 여자를 향한 음악까지 만들어 버리기에 이르죠. 자신의 인생과도 같았던 음악과 연인까지 잃어버린 그레타. 갈 곳이 없어진 그녀는 한 허름한 바에서 자신을 위로하기 위한 노래를 부르게 되고, 그 노래를 댄이 듣게 됩니다.

 

이렇게 만나게 된 댄과 그레타, 이들은 이 밑바닥의 순간에서 꿈과 희망을 가진 채 그레타의 노래 가사처럼 ‘되돌아 갈 수 없는’ 희망의 걸음을 내딛기 시작합니다.

 

 

 

 음악이 가진 힘을 표현하는, 댄과 그레타의 대사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대목은 서로 교감하며 위로를 얻어가는 과정에서 댄과 그레타의 모습입니다. 이때 버스킹을 하면서 그레타가 부르는 음악에 공감하고, 그 음악을 지금까지 사랑해 마다 않는 관객분들이 많지요. 제가 좋아하는 ‘Coming up Roses’부터, ‘Tell me if you wanna go home’ ‘Like a fool’ 등의 노래요.

 

[사진] 비긴 어게인 재개봉 포스터

 

저 또한 이 노래들을 좋아하지만, 오늘 이야기 하고 싶은 ‘음악의 힘’을 가장 잘 표현하는 장면은 댄과 그레타가 밤거리에 앉아서 함께 노래를 나눠 들으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댄  “음악은 가장 따분한 순간까지고 갑자기 의미를 주니까. 평범한 순간도 아름답게 빛나는 진주처럼 변하지”

 

모두 그런 경험 있지 않으세요? 어떤 노래를 들으면 갑자기 과거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거나 하는. 마치 저와 친구들이 ‘Coming up Roses’를 들었을 때 2014년 여름날 극장의 모습을 떠올렸던 것처럼요.

 

저는 이게 음악의 진정한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힘든 순간이어도, 나중에 흘러서 그 순간을 함께한 음악을 듣게 되었을 때 ‘그땐 그랬지~’ 하면서 추억으로 떠올리게 되는 것. 그리고 지금 이 순간도 언젠가는 추억이 되기를 바라며, 저는 오늘도 플레이리스트의 재생 버튼을 눌러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