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영이 18

순수함을 되찾고 싶을 때 꺼내보는 <러브레터>

제가 나이가 들면서 가장 아쉬운 일은 바로 예전과 같은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어느 순간 영화를 볼 때도 ‘재밌다’는 감상이 아니라 기계적인 ‘평가’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술을 마실 때에도 어떻게든 술 한 잔 속에 삶의 고뇌를 녹여내려고 하며, 연애를 할 때도 설렘보단 편안함을 찾게 되더군요. 정말 순수하게 순간의 즐거움을 느껴본 게 언제인지 싶습니다. 이 변화를 최근 을 볼 때 아주 여실히 느꼈습니다. 분명 10여 년 전 이십대 초반에 를 보았을 땐 멋진 비주얼의 황홀경에 빠져 허우적대던 기억이 나는데, 을 볼 때는 지가 뭔데 마치 ‘제임스 카메론의 영화史 뉴테크놀로지편 : 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논문을 심사하는 것 같은 태도로 영화를 보고 있더란 말이죠. 그 때 아주 여실히 깨달았습니다...

꼬영이 2023.01.23

“농구 좋아하세요?” 추억이 다시 ‘지금’이 되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시계를 잠시 2000년대로 되돌려 보려 합니다. (TMI 주의) 아직 학생이었던 제가 좋아하던 것을 몇 가지 나열해 보자면 이렇습니다. 라디오헤드, 뮤즈, 킨, 콜드플레이로 대표되던 ‘영국 록 밴드’, 임요환을 따라 무수한 드랍십을 날려댔던 ‘스타크래프트’, 첫사랑 지은이를 따라 처음 가보았던 ‘캔모아’, 밤을 새가며 읽었던 용대운 작가의 무협소설 ‘군림천하’ 등등 그 시절을 살았던 많은 사람들이 열광해 마다 않던 문화 속에 저도 푹 빠져 있었더랬죠. 물론 지금도 라디오헤드의 음악을 듣고, 이따금씩 친구들과 PC방에 가 스타크래프트를 즐기고, 예전 무협소설을 꺼내 읽곤 하지만(캔모아는 어디있는지 도통 찾아볼 수가...,) 삼심대 중반이 돼버린 지금은 십대 시절의 감흥과 즐거움을 찾을 수는 없습니다. 아마..

꼬영이 2023.01.14

2023년엔 무엇을 이루고 싶으신가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다사다난했던 2022년이 끝나가고, 2023년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저는 매년 시작 시점에 서게 되었을 때, 조금은 복잡미묘한 감정을 느끼곤 하는데요. 괜스레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의 감정이 1번, 그리고 무엇도 이루지 못했던 작년을 돌아보면서 우울함을 느끼는 감정이 2번, 그럼에도 올해는 꼭 다를 것이라는 결심의 마음이 3번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곧 시작되는 새해를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할지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고자 합니다. 바로 영화 속 주인공 월터(벤 스틸러)의 일화를 통해서 말이죠. [줄거리] ‘라이프’ 잡지사에서 16년째 근무 중인 월터 미티.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상상’을 통해 특별한 순간을 꿈꾸는 그에게 폐간을 앞둔 ‘라이프’지의 마지막 호 표지 사진을 찾아오는..

꼬영이 2022.12.25

“인생은 독고다이!?” <나 홀로 집에>에 대한 30대 미혼남의 단상

이상하게도 매년 이맘때가 되면 마음이 들뜨곤 합니다. 이천여 년 전 한 인물의 위대한 탄생을 기리기 위한 날이건만, 사람들은 늘 이 날에 누군가와 ‘함께’ ‘무엇을’ 해야 알차게 보낼 수 있을지를 고민하곤 하죠. 하지만 이 축제 같은 분위기에 동참하지 못하고, ‘우박이 쏟아지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바라는 숱한 싱글들에게 크나큰 위로가 되어주는 영화가 한 편 있으니, 그 이름도 위대한 가 그 주인공입니다. 개봉한 지 무려 30년이 훌쩍 지난(필자와 동갑인) 지금까지도, 우리의 마음을 톡톡 건드리는 이유에 대해서 30대 싱글남의 입장에서 한 번 살펴봤습니다. ▶ 죄송하지만, 혼자 있고 싶으니 다 나가주세요. 최근 통계청에서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2’을 살펴보니, 재밌는 결과가 하나 있더군요. 바로..

꼬영이 2022.12.18

[꼬영이] “인생도 Ctrl+Z가 되나요?” 회귀/타임슬립에 대한 짧은 생각

엑셀이나 워드로 일을 하다보면 가끔은 좌절감에 빠지곤 하죠. 대표적으로 실수로 문단 하나를 드래그한 채 스페이스 바를 눌러버렸다거나, 혹은 나도 모르게 'Insert' 버튼을 누른 채 정신없이 글을 쳐 넣었을 때? 그러다가 ‘아차!’ 싶어서 간절하게 찾는 단축키가 있으니, 이름하야 ‘Ctrl+Z’(실행취소). ‘Ctrl+S’(저장하기)를 깜빡한 뭇 직장인들(저 포함)에게 남은 최후의 희망이자 보루인 이 단축키를 보고 있으면, 아주 먼 옛날부터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회귀/타임슬립’ 영화들이 떠오릅니다. 오늘은 ‘Ctrl+Z’의 은혜를 꼭 닮은 회귀/타임슬립 콘텐츠가 왜 이렇게 끌리는지, 무엇이 우리의 마음을 콕콕 자극하는지를 한 번 생각해 봤습니다. ▶ 한 번 더 기회를 줘!!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

꼬영이 2022.12.10

[꼬영이] "동감에 공감하기엔 참 아쉬운 한끗" <동감>을 보고서

저는 90년대-00년대 로맨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많은 분들이 제 의견에 ‘동감’하실 텐데요. 탄탄한 스토리와 특유의 세밀한 감정선이 가득한 그 시절의 로맨스를 기억하면서, ‘왜 요즘은 이런 작품들이 나오지 않는가’를 안타까워하던 1인으로서, 의 리메이크 개봉 소식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21학번 Z세대에게 동감을 느낄 수 없는 ‘아재’가 되어버렸기 때문인지, 아니면 원작 이 제게 남긴 몽글몽글한 감상이 아직도 짙게 가슴에 남아서 인지. 영화를 보고나서 한끗의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는데요. 오늘은 이 아쉬움에 대해 한 번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줄거리] 1999년, '용(여진구)'은 첫눈에 반하게 된 '한솔(김혜윤)'을 사로잡기 위해 친구 은성(배인혁)에게 H..

꼬영이 2022.11.20

"성공적인 리메이크의 방법을 찾다!" <자백>을 보고서

자백합니다. 저는 리메이크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필연적으로 원작과 리메이크작을 비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인데요. 작품이 그 자체로 훌륭할지라도, 원작에 비해 1g이라도 감흥이 적다고 느껴진다면 괜스레 마음구석에 실망감이 가득해지는 그 감정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이러한 불안감을 가지고 감상한 , 이 작품에 대한 감흥을 한 문장으로 먼저 정리해보자면 ‘오랜만에 만난 성공적인 리메이크’라고 하고 싶은데요. 스포일러를 하지 않는 선에서, 이 성공적인 리메이크인 이유에 대해서 한 번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줄거리] 불륜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협박을 받고 향한 호텔에서 의문의 습격을 당한 유민호(소지섭). 정신을 차려보니 함께 있던 김세희(나나)는 죽어있고, 범인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하루아침..

꼬영이 2022.11.12

내 인생에 자기계발이 필요하다면, 레슬링으로 하겠소..ㅠㅠ <반칙왕>

“자기계발은 좀 하니?” 얼마 전 오랜만에 학교 선배와 술을 마시는데, 대뜸 이렇게 물었습니다. ‘자기계발’이라니. 솔직히 되돌아보면 10년 전 쯤에 ‘취업’에 꼭 필요하다고 해서 컴퓨터 활용 능력 자격증이라던지, 토익 학원들 다녔던 것 이후로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일이라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그런 게... 필요해요?”라고 되물었죠. 어지간히 취해 있던 선배는 ‘잘 걸렸다’는 식으로 의자를 바짝 댕겨 앉아 조언을 시작하더군요. “음, 자기계발이라는 건 말이야. 지금 네 인생에서 부족한 것을 채워가는 과정인데 말이야. 너도 무언가 일을 하면서든, 뭐 일상을 살아가면서든 ‘내가 이걸 못하네’라고 생각이 든 게 있을 거 아니야? 나는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혀가 꼬이는 게 스트레스라서 요즘 스피치를 배우..

꼬영이 2022.09.18

계절이 변할 때마다 생각나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

가난한 30대 남자에게 방에 에어컨을 설치하는 것은 사치라서, 매일 밤 선풍기를 틀어놓고 잠에 든 지 꼬박 3개월 즈음이 된 8월 말. 어제는 깊은 잠에 빠졌다가 으슬으슬 몸이 떨려서 잠에서 깨었습니다. 이제 열대야가 끝이 난 건지, 점점 가을로 계절이 옮겨가는 것이 실감이 가더군요. 다들 그냥 문득 생각나는 영화가 있으실 테지만, 저는 매 계절이 바뀌어 갈 때마다 가 떠오르곤 합니다. 물론 영화는 계절의 한가운데를 그리지만, 아마 제가 이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가 겨울에서 봄으로 바뀌어 갈 시기였고, 두 번째 보았을 때는 가을에서 겨울로 바뀌어갈 때였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아무튼 여름에서 가을로 바뀌어 가고 있는 오늘, 모기가 윙윙 거리는 한 저녁에 다시금 본 의 감상을 여러분들과 나누어 ..

꼬영이 2022.08.27

감명 깊게 들은 음악은 평생 추억이 되더라 <비긴 어게인>

지난 금요일 퇴근하고서 친구들과 만나 가깝게 강화도로 2박 3일 여행을 떠나던 길이었습니다. 퇴근한 저를 데리러 온 친구의 차에 반갑게 올라탔는데, 차에서는 오늘 글의 주제가 되는 영화인 (2014, 존 카니 감독)의 OST ‘Coming Up Roses’가 흘러 나오고 있었습니다. 대학생 시절에 굉장히 좋아하던 노래였지만, 꽤 오랜 시간 동안 기억에서 잠깐 지워져 있던 노래였는데요. 반가운 마음에 “어? 야, 이 노래 엄청 오랜만에 듣네”라는 말과 함께 그 시절의 추억 속으로 빠져 들었습니다. 강화도로 향하는 한 시간 반 동안 놀랐던 건 이 개봉한 지 8년이나 흘렀다는 사실이었고, 이때 우리가 다 함께 이 영화를 보러 함께 CGV에 갔었다는 것, 그리고 우습게도 지금 세 사람 중 누구도 의 내용을 정확..

꼬영이 2022.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