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영이

"성공적인 리메이크의 방법을 찾다!" <자백>을 보고서

DenH 2022. 11. 12. 17:18

자백합니다. 저는 리메이크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필연적으로 원작과 리메이크작을 비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인데요. 작품이 그 자체로 훌륭할지라도, 원작에 비해 1g이라도 감흥이 적다고 느껴진다면 괜스레 마음구석에 실망감이 가득해지는 그 감정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이러한 불안감을 가지고 감상한 <자백>, 이 작품에 대한 감흥을 한 문장으로 먼저 정리해보자면 ‘오랜만에 만난 성공적인 리메이크’라고 하고 싶은데요. 스포일러를 하지 않는 선에서, <자백>이 성공적인 리메이크인 이유에 대해서 한 번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줄거리]

 

불륜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협박을 받고 향한 호텔에서 의문의 습격을 당한 유민호(소지섭). 정신을 차려보니 함께 있던 김세희(나나)는 죽어있고, 범인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하루아침에 성공한 사업가에서 밀실 살인 사건의 유일한 용의자로 누명을 쓴 유민호는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승률 100%의 변호사 양신애(김윤진)를 찾는다.

눈 내리는 깊은 산속의 별장에서 마주한 두 사람, 양신애는 완벽한 진술을 위해 처음부터 사건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말하고, 사건의 조각들이 맞춰지며 유민호가 감추고 있던 또 다른 사건이 모습을 드러내게 되는데…

 

두 개의 사건, 두 개의 시신 숨겨진 진실이 밝혀진다.

 

 

▶ 원작에 뿌리를 두고, 새로움을 틔우다

 

원작인 <인비저블 게스트>는 2017년 국내 개봉 당시에 뒷통수를 얼얼하게 때리는 반전을 무기로 호평을 받은 바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적은 상영관에서 개봉했지만 10만 명의 관객을 모을 정도였으니 말이지요. 줄거리는 위에서 언급한 <자백>과 거의 유사합니다. 성공한 남자가 살인 사건에 휘말리고, 승률 100%의 변호사를 선임하여 과거를 재구성해 나가는 스토리이지요.

 

큰 스토리의 줄기는 유사하지만 그 구조는 조금 다릅니다. <인비저블 게스트>는 용의자와 변호사의 엎치락뒤치락하는 진실 공방의 서스펜스를 강조하면서, 최후반부에 드러난 반전을 만났을 때의 즐거움을 타깃한 작품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관객들은 ‘과연 진실은 무엇인가?’를 고민하면서 폭 빠져들게 되었었지요. 정확히 서스펜스 스릴러, 추리 영화의 매력을 잘 살린 작품입니다.

 

 

반면 <자백>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인비저블 게스트>의 반전을 비장의 무기로 활용하지 않습니다. 관객들에게 더 많은 힌트를 주면서 반전을 조금 더 예측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그 반전의 공개 타이밍도 후반부가 아니라 이른 타이밍에 공개하지요. 이후에는 인물의 감정선과 사연에 조금 더 집중하면서 ‘왜 이들이 이럴 수밖에 없었는가’를 설명합니다. 각자의 사연을 확인한 순간 영화에서는 더이상 '진실 찾기‘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유약한 선 vs 강인한 악’의 스릴러로 장르를 바뀌어 버리는 것이지요.

 

반전으로 유명한 원작의 아성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원작의 반전을 이미 알고 있는 관객들 그리고 원작을 보지 않은 관객들도 모두 아울러 몰입할 수 있게하는 <자백>만의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소지섭-김윤진 능력있는 배우들의 ‘정(靜) 동(動)’ 시소 타기

 

저는 소지섭, 김윤진 이 두 배우를 참 좋아합니다. 한 영화 안에서 감정 진폭을 정(靜)적으로 가져가느냐, 혹은 동(動)적으로 가져가느냐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능력이 발군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두 배우가 함께 나온다고 하였을 때, 정에서 동으로 옮겨가는 연기, 즉 기승전결이 명료한 영화가 될 것이라 생각하였는데요. 이것은 참 오산이었습니다.

 

 

영화의 초반부에 외딴 산 속 눈덮인 산장에서 만난 두 인물은 명확히 반대되는 인상입니다. 세상 무기력하고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정적인 소지섭, 마치 연극을 하는 듯이 표정에서 모든 감정이 드러나는 동적인 김윤진. 그리고 조금씩 사건의 전말이 파헤쳐지면서 소지섭의 연기는 동적으로, 김윤진의 연기는 정적으로 변해갑니다. 이 정(靜), 동(動)의 시소타기는 둘 사이 관계의 주도권에 따라 오고 가는 인상입니다.

 

이는 서스펜스 추리극에 가까웠던 <인비저블 게스트>에서는 인물간의 주도권보다는 스토리의 반전과 흐름이 더 중요하기에 이 같은 요소가 다소 약할 수밖에 없었는데요.(배우의 능력을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백>은 앞서 언급했던 스릴러로의 장르 문법이 조금 더 강화되었기 때문에 배우들의 능력을 더 활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 결론 : <인비저블 게스트> <자백> 둘 중에 무엇을 봐야하나요?!

 

만일 <인비저블 게스트>와 <자백> 두 작품을 모두 감상할 계획이라면, <인비저블 게스트>를 먼저 보고 <자백>을 이어서 감상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인비저블 게스트>가 반전의 재미를 극대화한 작품이기에, <자백>을 먼저 보고서 이 작품을 본다면 그 감흥은 다소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둘 중에 한 작품만 볼 예정이라면, <자백>만 보는 것을 더 추천합니다. <인비저블 게스트>만큼의 충격은 없지만, 조금 더 다양한 재미와 익숙한 배우들의 명품 연기를 보는 재미까지 잡을 수 있으니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