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열전

[쿠엔틴 타란티노. Top 5]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필더무비 2022. 10. 4. 00:00

쿠엔틴 TOP5. 그 네 번째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04. Once Upon a Time... in Hollywood

 

  • 개봉/국가 : 2019.09.25 / 영국, 미국
  • 장르/등급 : 드라마, 코미디 / 청소년 관람 불가
  • 출연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브래드 피트, 마고 로비, 알 파치노, 커트 러셀, 다코다 패닝, 버트 레이놀즈

 

 

ⓒ IMDb

 

그때 그랬더라면

지난날을 돌이켜 보면 '그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혹은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어땠을까?'라는 공상에 잠길 때가 있습니다. 그날 그 자리에 없었더라면.. 그때 그 주식을 샀더라면.. 흑.. 물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개인사가 아니라 역사를 다루는 데 있어 이런 발칙한 상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을 비트는 장르가 있는데 '대체 역사물'이라 합니다. 넓게 보면 말도 안 되는 현대적 설정이나 지어낸 이야기를 덧붙이는 퓨전 사극들이 있고 <포레스트 검프>처럼 하나의 상징적인 인물이 역사의 숨겨진 주인공처럼 보이게 하는 영화도 있습니다. 일본에는 이런 장르가 꽤 인기가 많습니다. 시간여행을 하며 전국시대를 돌아다닌다거나 하는 거죠. 

 

 

ⓒ Wekipedia

 

 

문학 장르에도 많은데요, 우리나라의 경우 복거일 작가의 『 비명(碑銘)을 찾아서, 1987』가 최초의 대체 역사 장르 소설로 알려져 있습니다. 만약 '이토 히로부미가 죽지 않았다면?'이라는 가정으로 원폭이 독일에 터지고 일본이 아시아 최대 강국으로 부상하게 된 상황을 다루는 이야기입니다. 상상 만으로도 끔찍하네요. 로버트 해리스의 『 파더랜드, 1992』, 필립 K. 딕의 『 높은 성의 사나이, 1962』 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이 패망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과 세계를 정복하고 있다면?'이라는 가정으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웹툰, 웹소설 할 것 없이 진지함보다는 상상력에 기댄 이런 이야기들은 기존의 가치와 관념을 뒤집어 묘한 충격을 가져다줍니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 믿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우연의 결과일 뿐인지. 얼마나 찰나의 산물인이 알게 되고, 지금의 판단이 미래에 어떤 극단적인 결과로 돌아올지 상상하면 소름이 돋기도 하죠.

 

 

이 둘을 한 영화에.. ㅎㄷㄷ ⓒ IMDb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Top 5, 그 네번째 영화인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2019> 역시 대체 역사물에 가깝습니다. 이전에 다루었던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처럼 역사적 사실과 감독의 상상력을 가미하여 충격적인 결말을 보여줍니다. 이 영화에서도 수없이 자잘한 대사들과 웃픈 상황으로 인물들의 캐릭터를 구축하며 나가다가 폭발적인 폭력 씬으로 영화의 대미를 장식하죠. 모든 사건은 그저 일어나고, 무심한 듯 한 점으로 모이지만, 결국 무시무시한 불꽃같은 클라이맥스로 사라집니다. 그리고 그 결말은 실제 사건이 아니라 이렇게 끝내고 싶은 쿠엔틴 타란티노만의 결말입니다. 이 영화는 그의 영화에서 보이는 의도적 투박함과 거친 맛은 좀 덜한 영화지만 전개 방식은 누가 봐도 타란티노 스타일입니다.

 

 

시대 고증, 미장센 하면 쿠엔틴 타란티노 ⓒ IMDb

 

1960년대 할리우드를 맛깔나는 화면으로 충실히 고증한 이 영화는 낡고 짙은 색감의 화면만으로도 매력적입니다. 게다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브래드 피트, 마고 로비가 나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데 알 파치노, 커트 러셀 등 쟁쟁한 대 배우들에 다코다 패닝의 합류 등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합니다. 이 영화는 당시 할리우드에서 실제 활동했던 무술가이자 배우 브루스 리(이소룡)를 오만한 동양인 정도로 묘사해 논란이 되었습니다. 사실 오한 인물로 그렸다는 그 자체보다는 주인공 중 하나인 스턴트맨 클리프(브래드 피트)와 시비가 붙어 대결을 하지만, 자동차에 내던져져 패배하는 치욕적인 설정 때문입니다.

 

 

인생은 실전 ⓒ IMDb

 

이소룡의 딸 섀런 리와 지인들은 그가 위대한 무술가이자 겸손한 사람인 이소룡을 그저 '동양인, 무술가, 오만한 싸움꾼' 같은 인종 차별 적인 편견으로 다룬 점에 큰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그러나 사과 같은 걸 할 리 없는 쿠엔틴 타란티노는 '이소룡은 실제로 오만한 자였다. 무하마드 알리와 붙어도 이길 수 있다고 떠들고 다녔다"라며 응수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이소룡은 복서들을 존중하였으며 무하마드 알리의 자세를 참조하기도 하고 싸우면 내가 죽을 수도 있다고 말한 만큼 타란티노의 이소룡에 대한 무례함은 내내 가십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히피의 역사를 끝장 낸 끔찍한 사건

이 영화는 1960년대 말에 일어난 한 살인사건을 모티프로 만들어 졌습니다. 1969년 8월 8일 할리우드의 한 저택. 여배우이자 <피아니스트, 2002>의 감독 로만 폴란스키의 아내 샤론 테이트는 친구들과 모여 조촐한 파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날 그들은 처참하게 살해되고 맙니다. 살해 방식도 너무도 잔인해서 대부분 칼에 난자당해 형체를 알아볼 수 조차 없었으며, 시신 2구는 거실에 매달려 있었고, 벽에는 'Death to Pig'라는 피로 쓴 글씨가 써져 있는 등 엽기적이기까지 했습니다.

 

 

안타까운 희생자들

 

그 사건을 저지른 주동자 찰스 맨슨은 당시 사랑과 평화를 모토로 베트남전에 대한 반전 운동을 꽃 피웠던 미국의 히피 문화가 섹스와 마약 그리고 락앤롤을 통한 현실 도피로 전락할 당시 '맨슨 패밀리'라 불리는 추종자들을 데리고 폐쇄된 영화 세트장에서 지내던 사이비 교주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가 데리고 있던 젊은 여성 히피 들 중 두 명이 당시 유명 그룹 '비치보이스'의 멤버 데니스 윌슨의 차를 우연히 얻어 타게 되면서 그와 인연이 닿아 집에 눌러앉게 됩니다. 찰스 맨슨의 음악적 재능을 인정한 데니스 윌슨은 테리 멜쳐라는 유명 음반 프로듀서를 소개시켜 줍니다.

 

 

비치 보이스 데니스 윌슨 (앞 줄 좌측) ⓒ IMDb

 

찰스 맨슨은 아마  가수의 꿈을 꾸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제정신이 아닌 찰스 맨슨은 녹음실에서 엔지니어와 다투고 칼을 휘둘러 쫓겨나게 됩니다. 자신의 꿈을 짓밟았다는 망상에 따른 분노와 인종간 전쟁을 일으켜 세상을 재건해야 한다는 해괘망측한 이론에 심취했던 그는 잔혹한 복수를 계획합니다. 그러나 할리우드 역사상 가장 끔찍한 이 살인사건은 순전히 실수로 예상치 않은 결말을 맞게 됩니다. 수소문 끝에 테리 멜처의 집을 찾아낸 맨슨 패밀리 일당이 쳐들어 갔을 때 그는 거기 없었습니다. 이미 이사를 갔기 때문입니다.

 

 

샤론 테이트 ⓒ Wikipedia

 

그 집에는 바로 로만 폴란스키 부부가 입주해 있었습니다. 당일 로만 폴란스키 감독은 영화 일 때문에 영국에 출장중이 었고 임신 8개월의 아내 샤론 테이트가 친구들과 모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유명 헤어살롱을 운영하던 제이 세브링과 커피 재벌의 상속녀 아비게일 폴거, 그녀의 애인 프라이코스키, 그리고 그 집에서 학비를 벌기 위해 알바 중이던 18세 소년 스티븐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수십 차례 칼로 난자를 당하고 총을 맞아 사망합니다. 아무 힘도 없는 10대 소년과 "아이를 낳고 싶다"며 애원한 임신부조차 잔혹하게 살해한 이 인간 말종들의 이야기는 글로 쓰기조차 역겹습니다.

 

 

희대의 살인마 찰스 맨슨 ⓒ Wikipedia

 

자신들이 해치려던 사람이 이미 이사를 갔음에도 아무 연관도 없는 사람을 잘못된 신념으로 처형한 이들은 당시 할리우드를 패닉 상태로 만들었습니다. 유명인들은 공포에 질려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고 모임도 모두 취소되었습니다. 비슷한 살인 사건이 연거푸 일어납니다. 찰스 맨슨은 이 사건으로 유명세를 타고, 우쭐거렸습니다. 그와 일당들은 결국 체포되어 종신형을 받았습니다. 찰리 맨슨은 감옥에서 책을 내고, 음반 작업을 했을 뿐 아니라. 26세의 젊은 여성과 결혼을 발표하는 등의 온갖 논란을 일으켰으며  캐릭터와 굿즈까지 나올 지경이었습니다. 그는 명을 다 누리고 감옥에서 자연사합니다. 세상이 미쳐 돌아간다면 바로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일 겁니다. 유명 가수 마릴린 맨슨은 찰스 맨슨의 기괴함에 매료되어 예명을 맨슨으로 했을 정도라 하니 기가 찰 노릇입니다.

 

 

ⓒ IMDb

 

이 사건으로 히피의 역사는 종말의 길을 걷게 됩니다. 수백년동안 전쟁만 일삼던 미국의 시스템에 대한 저항으로 평화와 사랑을 외치던 히피들은 결국 마약에 찌들고 육체적 쾌락을 탐닉했으며 거칠고 파괴적인 록음악을 핑계로 그 뒤에 숨고 말았습니다. 나약한 인간들이 만든 '저항문화'라는 허울은 전쟁에 끌려가는 두려움이라는 본능을 감추기 위한 현실도피에 불과했던 것이죠. 숭고한 척, 위대한 척해도 결국 겁먹고 약에 취해 고통을 잊으려 몸무림 쳤던 모습은 가련하면서도 뻔뻔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의 영화 중 가장 따뜻한 영화

이 사건을 다루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시선이 어떤 지는 샤론 테이트 역을 맡은 마고 로비의 모든 등장 신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어여쁘고 밝고 아름다운 그녀가 자신이 출연한 영화를 극장 직원의 배려로 공짜 관람을 하면서 흐뭇해하는 모습. 그 소박한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애잔해 집니다. 실제 사건에서 그녀는 임신 8개월의 상태로 잔혹하게 살해 당했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의 결말은 더없이 잔인하지만 그저 아스라이 숨져간 아름다운 그녀와 친구들을 향한 쿠엔틴 타란티노의 안타깝고 애절한 마음이 담겨져 앴습니다.

 

 

그녀가 살아 있다면 ⓒ IMDb

 

가상의 인물이며 한 물간 액션 스타인 릭(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과 그의 전속 스턴트맨 클리프(브래드 피트), 그리고 실존 인물인 이소룡, 로만 폴란스키, 등등을 비롯한 그들 주면의 많은 인물들이 얽히고설키며 이야기를 만들어 갑니다. 배역을 얻기 힘들어 악역을 전전하던 릭의 찌질한 모습, 그런 릭에게 의지하며 궂은일은 도맡아 하는 클리프, 히피들의 주거지에 우연히 들른 클리프가 살인자들과 엮이는 에피소드 등 가상과 현실의 이야기를 절묘하게 재 배치합니다. 실제로는 히피 집단들이 죄 없는 사람들을 죽였지만 쿠엔틴 타란티노는 자신이 창조해 낸 주인공들을 시켜 이 끔찍한 살인 사건을 가슴 후련한 복수극으로 뒤바꿉니다. (영화의 스포는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 IMDb

 

그는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에서 2차 세계 대전의 원흉 아돌프 히틀러와 나치 선전선동 전문가 괴벨스에 대해 그랬듯 나쁜 놈들에 대해 상상이지만 처절한 응징으로 영화를 마무리합니다. 맨슨 패밀리가 LSD라는 마약에 취해 끔찍한 학살을 저지른 것처럼 영화 속에서 살인자들은 LSD에 취한 클리프에게 당합니다. 이 영화에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1960년대 할리우드에 대한 오마주이자 가장 아픈 상처를 보듬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실제 사건을 모르면 그냥 바보 같은 히피들이 죽는 이야기로 오해할 이 영화. 또 가장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 답지 않은 영화지만, 가장 따뜻한 영화가 아닐까 합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넷플릭스에서 꽤 오래 상영 중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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