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열전

[쿠엔틴 타란티노. Top 5]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

필더무비 2022. 8. 21. 23:12

쿠엔틴 TOP5. 그 두 번째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

#02. Inglourious Basterds

 

  • 개봉/국가 : 2009. 08.21 / 미국, 독일
  • 장르/등급 : 액션, 전쟁, 어드벤처 / 청소년 관람 불가
  • 출연 : 브레드 피트, 크리스토퍼 발츠, 다이앤 크루거, 멜라니 로랑, 마이클 패스벤더, 일라이 로스, 틸 슈바이거, 다니엘 브륄, 비제이 노박, 게대온 부르크하르트, 오마르 둠, 오거스트 디엘, 마틴 부트케

 

 

ⓒ IMDb.com

 

미친 광기의 향연

미친, 광기(狂氣) 네 중복되는 표현 맞습니다. 글쓰기에서는 지양해야 하는 걸로 배웠습니다. 그런데 너무 쓰고 싶네요.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니까요. 이영화는 한마디로 미쳤습니다. 일단 시나리오가 정상이 아닙니다. 그저 2차 세계 대전을 다룬 영화 중 하나겠거니 하며 보다가 '이게 뭐지?' 하며 소파 위에 늘어진 자세를 고쳐 앉아 보게 됩니다. 두 번째로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 만드는 테크닉이 물이 오를 대로 오른 영화로 연출이 미쳤습니다. 마지막으로 출연하는 배우들 모두가 미친 듯한 과장 연기로 광기를 뿜어 댑니다.

 

솜씨가 날로 느시네요 ⓒ IMDb.com


<바스터즈 : 거친 녀 석들>은 필자 개인적으로 타란티노 영화 중 최고로 꼽습니다. 특유의 아날로그함과 거칠고 엉뚱한 장면 전환, 촌스럽지만 애잔하고 처절하게 들리는 음악, 블랙 코미디와 심장이 쫄깃해지는 서스펜스, 거기에 전쟁의 비애와 분노 모두를 느낄 수 있습니다. 단 한 장면도, 단 한마디의 대사도 버릴 게 없습니다. 타란티노의 전매특허인 피가 낭자하는 잔인하고 스타일리시 한 액션 또한 빼놓을 수 없죠. 그리고 호러적이기 까지 한 마지막 장면의 시각적 충격에 입이 떡 벌어집니다.

 

ⓒ IMDb.com


이 영화는 전쟁영화이자 판타지입니다. 실제 역사에 타란티노만의 상상력이 가미된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죠. '만약 역사가 이렇게 흘러갔다면 어땠을까?'를 그린 '대체 역사물'로서 이 영화는 2차 세계 대전에 실제 존재했던 특공대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그런데 그들은 어벤저스 같은 히어로들과는 거리가 멉니다. 왜소하거나 어눌하게 생긴 외모와 몸매로 여느 영화였다면 실수만 연발하는 찐따로 나왔을 이들입니다. 총도 제대로 못 쏠 것 같은 이들이 나치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는 설정은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타란티노만의 파격입니다.

 

한스 란다로 명연기를 펼친 크리스토퍼 발츠 ⓒ IMDb.com


특이 이 영화를 통해 혜성처럼 등장한 두 배우가 있었으니 바로 유태인 사냥꾼 독일 장교 한스 란다를 연기한 크리스토퍼 발츠(Christoph Waltz)와 영국 스파이로 나오는 마이클 패스벤더(Michael Fassbender)입니다. 영화 초반부터 캐릭터 구축을 위해 대사를 쏟아내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빌드업을 소름 돋는 연기로 소화한 크리스토퍼 발츠. 이 영화 성공의 절반은 그 덕분이라 할 만큼 놀랍습니다. 그가 연기한 도입부의 '프랑스 시골집 수색장면'은 지금 까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연출한 장면 중 최고의 시퀀스라 감히 장담합니다.

 

정말 간담이 서늘해 지는 눈빛 ⓒ IMDb.com


프랑스 한 시골집으로 사라진 유태인 가족을 찾기 위해 한 독일 장교가 부대와 함께 들이닥칩니다. 그는 교활하고 소름 돋는 언변과 괴상한 예의범절(?)로 얼떨떨한 심리전을 펼칩니다. 그는 결국 시골의 한 촌부를 구렁이가 몸을 죄어 서서히 질식시키듯 정신을 붕괴시켜 결국 자백을 받아냅니다. 그리고 잔인한 처벌을 가하죠. 여기서 '쇼산나(멜라니 로랑)'라는 한 소녀가 극적으로 탈출하게 되는데요. 그녀의 처절한 복수극과 살인마 미국 특공대, 영국 스파이와 독일의 이중첩자, 독일 수뇌부들의 이야기가 뒤엉켜 마침내 소름 돋고 장대한 엔딩으로 이어집니다.

 

미션임파서블, 007 시리즈의 그녀 레아 세두가 농부의 딸로 단역 출연 했네요 ⓒ IMDb.com
쿠엔틴 타란티노의 필모 아니, 영화사에 남을 명장면 ⓒ IMDb.com


오디션 당시 타란티노는 자신의 복잡하고 함축적인 대사들을 시적으로 소화하는 배우가 없어 영화 제작을 포기할 지경이 었다고 합니다. 발츠 역시 할리우드에선 무명인 독일 배우에게 배역이 올 거라고 기대도 하지 않고 치른 오디션이었습니다. 그러나 프랑스어, 독일어, 영어에 능통한 그는 언어의 천재였습니다. 그의 놀라운 대본 리딩에 타란티노는 드디어 영화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에 책상을 치며 기뻐했다고 합니다. 그는 이 영화로 2010년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영국 스파이 마이클 패스밴더와 독일 이중첩자 다이앤 크루거 ⓒ IMDb.com


마이클 패스밴더의 묵직한 연기도 빼놓을 수 없는 명장면 하나를 만들어 냈는데요. 영국 스파이로 독일군 장교로 침투해 요인 암살을 시도하는 역을 맡은 그는 이 영화에서 손꼽는 명장면 중 하나인 카드게임 씬에 등장합니다. 정말 이 장면의 후덜덜함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일초 일초 흐르는 시간마다 1 mm씩 긴장감이 쌓여가다 마침내 폭발하는 액션 장면은 압권입니다. 독일 게슈타포 역을 맡은 아우구스트 딜(August Diehl)의 재수 없음은 한도를 초과합니다. 식초를 잔뜩 뿌린 냉면 한 사발 들이키는 느낌의 시원한 액션이 펼쳐지니 기대해도 좋습니다. 그러나 그 뒤에 남는 매운맛이란...!

 

서늘하고 얄미운 게쉬타포 역의 아우구스트 딜(좌) ⓒ IMDb.com

 

 

 

대체 역사물이란 이런 거지

 

알도 레인역의 브래드 피트 ⓒ IMDb.com


재미있지만 황당한 시나리오는 2차 세계대전 막바지 프랑스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가상의 이야기입니다. 브래드 피트(Brad Pitt)가 연기한 알도 중위는 유럽에 파견된 미군 중에 나치에 증오심을 품은 유태인 출신 병사들만 모아 특공대를 조직합니다. 그의 목적은 게릴라전을 전개하며 독일군을 기습하되,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표식을 남기는 것입니다. 그것을 본 독일 병사들이 공포감을 느껴 전의를 상실케 하는 심리전의 목적도 있었던 것이죠.

 

공포의(?) 특공대 ⓒ IMDb.com


그가 모은 병사들의 몰골은 특공대와는 거리가 멉니다. 똘끼가 가득하긴 해도 한 두 명을 빼고는 체격도 왜소한 데다 군복도 헐렁합니다. 누가 봐도 별 볼 일 없는 이 남자들. 그러나 살인(이라 쓰고 나치 제거라 읽는다)을 저지를 때는 사이코패스로 돌변해 피에 굶주린 들짐승처럼 독일군들을 사냥합니다. 히틀러가 분노하며 이들을 잡아들이라는 명령을 내릴 때 유일하게 살아남은 독일 병사가 그 앞에 불려 나와 쿠엔틴 타란티노의 특기인 회상신을 펼칠 때의 몰입도는 최고조에 이릅니다.

 

찰리 채플린과 히틀러의 중간 쯤 광대스런 걸작 연기를 펼친 마틴 부트케 ⓒ IMDb.com


포로들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표식을 남기는 장면이 드디어 등장하죠. 독일군들이 '곰 유대인'이라 부르며 공포에 떨었던 특공대원이 독일 장교를 때려잡는 장면은 잔인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러나 블랙코미디와 서스팬스와 스릴을 다 가진 이 장면은 영화의 초중반부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관객을 완전히 사로잡아 끝까지 영화를 보게 만드는 가교 역할을 합니다. "역시 쿠엔틴 타란티노!" 라는 감탄사가 나오는 지점입니다.

 

영화를 통틀어 가장 잔인한 대목 ⓒ IMDb.com


이들은 영화 스토리의 중심축을 이루며 마이클 패스벤더가 연기한 영국 스파이의 요인 암살 작전에 합류합니다. 그러나 작전은 이리저리 꼬이게 되고 많은 대원들이 목숨을 잃게 됩니다. 그런데 살아남은 소녀 '쇼산나'가 개인적으로 꿈꾸는 복수극과 이들의 요인 암살 작전이 묘하게 겹치면서 영화의 후반부는 결코 관객이 예측하지 못하는 결과로 치닫게 됩니다. 그녀의 복수극을 완성하는데 의도치 않은 도움을 주지만 결국 비극의 씨앗이 되는 독일 전쟁 영웅 프레드릭 졸러(다니엘 브륄)의 등장은 그녀의 운명을 바꿔 놓게 됩니다.

 

쇼산나(멜라니 로랑)와 프레드릭 졸러(다니엘 브륄)의 운명적 만남 ⓒ IMDb.com


전쟁을 일으킨 유럽의 한 독재자에 대한 전 세계인이 꿈꿨을 법한 속 시원한 결말은 마치 오래전 해결하지 못한 분노를 누가 대신 풀어준 듯한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킵니다. 이 결말은 <식스 센스>에서 브루스 윌리스가 유령이었음을 밝히는 것처럼 몹쓸 짓이니 영화를 안 보신 분들을 위해 자제하겠습니다. 이 영화는 앞서 말했듯 개인적으로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 만들기 솜씨가 정점에 이르렀을 뿐만 아니라 초창기의 순수함을 그대로 유지했던 영화라 생각합니다.

 

영화 타이틀 ⓒ IMDb.com


그의 필모 중 가장 쿠엔틴 타란티노스러운 영화는 역시 <킬빌> 시리즈이지만 시나리오의 완성도, 서사의 구조적 미학과 영상미, 미장센과 음악 등 종합적인 면에 있어 정점은 바로 이 영화라 생각합니다. 이후의 영화들은 조금 더 세련되고 덜 거칠어진 면이 있죠. 그렇다고 그가 정체성까지 바뀐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이후의 영화가 여전히 기대됩니다.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은 현재 넷플릭스 등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딱 기다려 ⓒ IMD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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