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열전

블록버스터 영화음악의 조상님, 존 윌리엄스 John Williams

필더무비 2021. 8. 8. 22:11

John Towner Williams. (1932~ ) 출처 : Lucas Film

 

존 윌리엄스 John Williams

 

  • 1932년 2월 8일 뉴욕 퀸즈 출생
  • 현대 클래식의 거장으로 불리며 150편 넘는 영화음악 작곡
  • 엔니오 모리꼬네, 한스 짐머와 더불어 세계 3대 영화음악가로 불림
  • 아데미 음악상 51번 노미네이트 5회 수상
  • 그래미상 24회 수상
  • 영국 아카데미상 7회 수상
  • 골든글로브 4회 수상
  • 에미상 3회 수상
  • 2004년 미국 케네디 센터 공연 예술 평생 공로상 수상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영화음악가

존 윌리엄스는 세계 영화 음악계 3대 거장이라 불리는 세 사람의 작곡가 중 한 사람이다. 이탈리아에 故 엔니오 모리꼬네, 독일에 한스 짐머가 있다면 미국엔 존 윌리엄스가 있다.

 

엔니오 모리꼬네는 서부 영화음악의 역사를 새로 쓰고 아름 다운 선율과 다양한 악기를 사용하며, 영화음악 자체로 독립적 가치를 추구했고, 한스 짐머는 멜로디보다는 사운드의 질감과 장면의 분위기를 극대화하며 다양한 테크놀로지를 결합해 최상의 몰입을 추구한다. 반면 존 윌리엄스는 정통 클래식을 바탕으로 기교보다는 전통적 해석으로 편안하며 친근하다. 늘 듣던 클래식 음반의 어떤 곡처럼 들린다는 이들도 있지만, 그래서 그의 음악은 모든 장면에서 낯설지 않고 매끄럽게 녹아들어 간다.

 

살짝 레트로 하며 따뜻한 아날로그 사운드는 우리 마음 저편 잠들어 있는 향수를 자극한다. 행복하고 흥겨울 때, 장대하며 서늘할 때, 신나고 흥미진진할 때 그의 음악은 완전히 그 기분과 장면에 묵직한 양감을 준다. 장면과 멜로디와 리듬이 완벽하게 맞아 들어가는데 한치의 빈틈도 없고 난해한 기교도 없다. 시각적 컬러와 청각의 컬러가  완전히 융합되어 찬란한 색으로 탄생한다. 그의 음악은 연주만 들어도 영화 장면이 다 떠오르는 건 그 때문이다. 

 

 

출처 : IMDb

 

지금껏 약 150 스코어 이상의 영화음악을 만들어 온 존 윌리엄스는 한스 짐머와 더불어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영화음악 작곡가로 불릴 뿐만 아니라 대중적으로 사랑받고 엄청난 흥행력을 가진 몇 안 되는 작곡가이기도 하다. 아카데미 음악상에 무려 51번 노미네이트 되었으며 5번이나 수상했다. 1967년 이후 거의 매년 후보에 이름을 올린 셈이고, 후보곡 4곡 중 2곡이 한꺼번에 올라간 경우도 많다. 1971년 지붕 위의 바이올린(Fiddler on the Roof), 1975년 죠스(Jaws), 1977년 스타워즈(Star Wars), 1982년 이티(E.T the Extra-Terrestrial), 1993년 쉰들러 리스트(Schinder’s List).. 수상작 모두가 흥행과 작품성 모두 인정받는다.

 

그가 참여한 영화들은 따뜻하고 휴머니즘이 깔려 있으며 유머러스하고 흥미진진한 영화들이 많다. 가족들이 함께 보기에 좋고, 어렵지 않고 무엇보다 참 재미있다. 스타워즈 시리즈, ET, 죠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나 홀로 집에 시리즈, 쉰들러 리스트, 라이언 일병 구하기, 쥐라기 공원, 잃어버린 세계, 해리포터 시리즈, 슈퍼맨 등 그가 참여한 영화들은 제목만 들어도 친근하고 다시 보고 싶어 지는 영화들이다.

 

 

 

 

‘미’와 ‘파’로 영화음악계에 던진 충격

필자는 어릴 적 부모님의 손을 잡고 한 영화를 보러 갔다. 극장은 처음이었다. 낯설고 퀴퀴한 냄새가 나는 딱딱한 나무의자에 앉자 이내 컴컴해진다. 반짝이는 먼지를 뚫고 하얀 영사기의 빛이 스크린을 비춘다. 설레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화면에 빠져 들 준비를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수년간의 트라우마가 될 영화를 보게 되리라곤 상상도 못 했다.

 

영화가 시작되자 괴상하고 얇은 서체의 세로 자막 대사는 제대로 읽을 수도 없었고, 내용 이해도 잘 안 되었지만 엄마, 아빠와 함께 극장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러나 곧 그것은 악몽으로 바뀌고 말았다. 뭔 일이 벌어졌는지 뭘 잘못했는지 해변가에서 행복해하던 사람들이 거대한 백상아리에 물어 뜯기고 붉은 피가 바닷물에 번지는 장면에서 나는 눈을 가리고 다리를 오므려 의자 위에 쪼그리고 앉아야 했다.

 

 

정말 나에겐 후덜덜한 장면이였다. 출처 : IMDb

 

그 무엇보다 소름 끼치는 것은 ‘빠밤, 빠밤, 빠밤…’ 느릿느릿 시작되다 서서히 빨라지는 단순히 반복되는 배경음악이었다. 마치 심장이 그렇게 뛰다 터져버릴 것 같았고.. 대형 관악기의 깊은 울림은 깊은 바다의 수압처럼 나를 짓눌러 온몸이 쪼그라드는 것 같았다. 어린 나에게는 어두운 극장이 거대한 바닷속 암흑천지 같았고 옆에 인상을 찡그리며 한숨과 탄식을 몰아쉬며 영화를 보시는 부모님과 관객들이 피투성이로 보였다.

 

결국 나는 울음이 나고 말았다. 티는 못 내고 낑낑 거리며 말이다. 참다 참다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엄마에게 나가자고 졸랐다. 그런데 부모님은 망설임 없이 나를 데리고 극장 밖으로 나오셨다. 마치 재난에서 구조된 것처럼 햇볕에 긴장한 몸이 녹아내린다. 정신을 차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부모님도 나랑 별 다른 상태가 아닌 것 같았다. 아빠가 한마디 하신다. “머 이래 무서운 영화가 다 있노? 우리 아들내미 미안하다이, 아빠가 이런 영화인 줄 몰랐데이.”

 

 

출처 : IMDb

 

이것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이름을 할리우드에 널리 알린 영화이자 존 윌리엄스에게 두 번째 아카데미 음악상을 안겨준 '죠스(Jaws, 1975)'에 대한 내 경험이다. 부모님 딴에는 여유 없는 살림에도 큰 맘먹고 보러 간 영화, 어린 아들 데리고 극장에 가족 나들이를 간 것이 하필 죠스라니.. 영화에 문외한이셨던 부모님과 입장연령 따위는 가볍게 무시했던 무질서의 시대가 나에게 안겨준 트라우마이자 난생처음 극장에서 본 영화에 대한 기억이다.

 

나는 그날 이후 한동안 물을 싫어하고 여름 철에도 바닷가도 안 간다고 우겼다. 지금도 잠수는 꿈도 못 꾼다. 바닷가나 수영장을 가긴 하지만 물속에 머리를 넣는 일은 결코 없다. 죠스 때문인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상어는 가장 무서워하는 동물이며 다큐도, 사진도 보지 않으려 애쓴다. 갑자기 존 윌리엄스 이야기에서 개인사로 옮겨 온 것 같지만 이 생생한 기억처럼 존 윌리엄스의 음악은 당시 관객들과 영화 음악계에 충격을 던져 주었다.

 

 

죠스 메인 테마Jaws Min Theme

 

그 무서운 선율의 비밀은 ‘미’와 ‘파’이다. 음 두 개의 단순 반복만으로 표현해보겠다는 그의 제안에 음악을 맡긴 스필버그 감독도 “미쳤어요? 장난하는 겁니까?”라고 했다고 한다. 나이가 들어 다시 죠스를 보았을 때 세상 이렇게 재미있는 영화였나 하며 억울해하면서도 소름 끼치는 그 음악이 얼마나 영화의 긴장감과 공포감을 극대화시켰는지 알게 되었다. 영화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백상아리의 행동과 사냥을 완벽하게 표현한 그의 천재적 발상에 무릎을 탁 치면서 이다. ‘아.. 영화음악이란 게 이런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존 윌리엄스(좌), 스티븐 스필버그(우). 출처 : screeninvasion.com

 

앞서 말한 것처럼 존 윌리엄스는 이 영화로 생애 두 번째 아카데미 수상을 하게 된다. 스필버그와 존 윌리엄스 두 사람의 만남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대 사건’이다. 스필버그는 평생의 필모그래피 중 단 4편을 제외하고는 모두 그와 작업할 정도로 영혼의 단짝이며 스필버그의 작품으로만 아카데미 음악상에 수차례 노미네이트 되고 3개의 트로피를 받았다.(볼드체로 표시)

 

죠스(Jaws, 1975)를 시작으로 미지와의 조우(Close Encounters of the Third Kind, 1977), 레이더스(Raiders of the Lost Ark, 1981), 이티(E.T, 1982), 인디애나 존스 - 미궁의 사원(Indiana Jones and the Temple of Doom, 1984), 태양의 제국(Empire of the Sun, 1987), 인디아나 존스 - 최후의 성전(Indiana Jones and the Last Crusade, 1989),  쉰들러 리스트(Schindler’s List, 1993), 라이언 일병 구하기(Save Private Ryan, 1998), 에이아이(A.I, 2001), 캐치 미 이프 유 캔(Catch Me If You Can, 2002)..

 

 

“내 영화는 사람들의 눈에 눈물을 고이게 하지만 그것을 흘러내리게 하는 것은 윌리엄스의 음악이다”

- 스티븐 스필버그

 

 

 

스페이스 오페라의 기원

스타워즈의 아버지 조지 루카스(George Lucas) 감독의 세계관 구축에 큰 기여를 한 것은 존 윌리엄스의 빠질 수 없는 업적이다. 스타워즈가 어떤 영화인가, 20세기 세계 영화사의 대 전환점이자 테크놀로지의 상징이 된 영화 중 하나이다. 이후의 SF 영화들은 거의 이 영화의 영향을 받았다고 보면 된다. 개인적으로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와 워죠스키 (형제였다) 자매의 매트릭스 시리즈와 더불어 SF 영화의 흐름을 바꾼 영화라 생각한다.

 

 

스타워즈 오리지널 포스터. 출처 : IMDb

 

스타워즈의 등장으로 SF 영화에 스페이스 오페라의 개념이 등장하였고, SFX(특수효과) 기술의 혁신이 이루어졌으며, 블록버스터 서사 시리즈물의 전형이 되었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SF 영화 음악이 가져야 할 웅장함과 스케일이 무엇인지 알게 해 준 존 윌리엄스의 음악이다. 에픽(Epic : 장대한) 사운드의 대명사 한스 짐머와는 또 다른 차원의 마스터이자 어쩌면 원조라 할 수 있다.

 

‘A long time ago in a galaxy far, far away…’

오래전 멀고 먼 은하계에…

 

유명한 도입부 카피가 나타나고 캄캄한 우주공간에 ‘STAR WARS’의 커다란 타이틀과 함께 대규모 오케스트라의 관악기가 내뿜는 압도적인 도입부가 시작되면 누구나 할 것 없이 가슴이 두근거린다. 특이한 사다리꼴 모양의 자막이 저 멀리 사라지고 카메라가 천천히 아래로 이동하면 일시적으로 고요해진다. 가늘고 서늘한 현악기와 날카로운 피리소리에 불안감이 감돌면 우리의 동공은 우주 속에서 길을 잃는다. 그때 관객의 머리 뒤에서 어마어마한 크기의 적들의 거대함선이 등장하면 관객들은 지구로부터 저 광대한 우주로 빨려 들어가고 만다.

 

 

Star Wars Opening Scene 1977

 

John Williams & Wiener Philharmoniker – "Main Title" from "Star Wars: A New Hope"

 

스타워즈는 이후 수많은 마니아를 양산하며 하나의 문화현상이 되었고,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다. 그의 주제곡 역시 세계 유명 오케스트라와 협연되며, 단순히 영화음악이 아닌 현대 클래식 마스터 피스의 반열에 오를 만큼 인정받고 있다. 1997년 존 윌리엄스는 스타워즈로 세 번째 아카데미 주제곡 상을 수상한다. 스필버그와 더불어 조지 루카스와 존 윌리엄스의 만남 또한 영화 역사에 길이 남은 또 하나의 ‘대 사건’ 임에 분명하다.

 

 

존 윌리엄스(좌), 조지 루카스(우), 출처 : gramophone.co.uk

 

“감독의 마음속에 있는 바로 그 음악을 들려주는 사람”

- 조지 루카스

 

 

 

성경보다 많이 팔린 소설의 영화화, 그리고 존 윌리엄스가 있었다

크리스 콜럼버스(Christopher Columbus) 감독은 앞서 언급한 두 감독만큼이나 하나의 장르에 있어서 기념비적인 감독이다. 그는 전 세계에 '캐빈 신드롬'을 일으킨 그 유명한 '나 홀로 집에(Home Alone, 1990)'시리즈 1, 2편의 감독이다. 그의 영화는 항상 가족과 어린아이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다. 가족의 사랑과 꿈, 그리고 판타지에 천착하는 그가 찾은 작곡가가 존 윌리엄스임은 당연해 보인다. 크리스마스날 정신없는 가족이 두고 간 한 꼬마와 불쌍한 좀도둑들의 소동을 어쩌면 이토록 정겹고 포근하며 익살맞은 선율로 표현해 낼 수 있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원한 생명력을 지닌 영화음악이다.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과 매컬리 컬킨, 출처 : comingsoon.net

 

나홀로 집에(1990) 주제곡

 

그리고 그가 존 윌리엄스와 손잡고 또 하나의 명작을 탄생시켰으니 바로 J. K. 롤링(Joanne Kathleen Rowling)이 쓴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 한 '해리포터'시리즈이다. 성경 책 보다 더 많이 팔렸다는 인류 최고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하는 것에 걸맞은 영화 음악가는 역시 존 윌리엄스였다. 그는 신비로운 마법 세계를 수준 높은 클래식 화성과 환상적인 악기 구성으로 표현해 냈는데, 특히 마법으로 가득 찬 세계를 '첼레스타(Célesta)'라는 맑고 영롱한 종소리가 나는 악기로 표현해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크리스 콜럼버스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다음으로 많은 작품을 함께한 감독이 되었다.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2002), 출처 : IMDb

 

첼레스타 소리

 

Harry Potter - Hedwig's Song

 

 

단지 영화음악가가 아니다

존 윌리엄스는 재즈 드럼 연주자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음악을 접했다. 16세 약관의 나이에 로스앤젤레스로 날아가 UCLA에서 본격적으로 작곡을 배운다. 1952년 미국 공군이 입대하여 군악대에서 지휘와 편곡 경험을 쌓았고, 재대 후 뉴욕 줄리어드 음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했다. 학비를 벌기 위해 재즈 클럽에서 피아니스트 생활도 하고 졸업 후 뉴욕의 유명 재즈바를 돌며 활발한 연주 활동을 이어갔다. 그러다 다시 LA로 거처를 옮겨 명화 '티파니에서 아침을(Breakfast at Tiffany's)'의 작곡가 헨리 맨시니를 만나 본격적으로 영화 음악이 입문하게 되었다.

 

그는 기본기부터 착실히 배운 엘리트 음악가로 기본적으로 클래식의 전통적 사운드를 따른다.  최신 트렌드나 현대 악기, 테크놀로지를 도입하진 않는다. 그러나 결코 올드하거나 진부하지 않다. 심오하거나 어렵지도 않다. 마치 대대로 내려오는 레시피를 고집하는 요리사와 같지만 그 맛의 깊이가 훌륭한 데다 대중적이기까지 해 누구나 좋아할 수밖에 없는 것과 같다. 그가 만든 음악을 지금 당장 거실에서 튼다 해도 어떤 최신 영화음악보다 빠져들게 되는 건 그 때문이다.

 

 

출처 : deutschegrammophon.com

 

음악을 대입하는 방식도 클래식의 전통을 그대로 따른다. 극의 흐름을 따라 테마를 정하고 다양한 변주로 장면에 녹여낸다. 이는 독일의 작곡가 바그너가 오페라를 작곡할 때 사용하는 방식을 존 윌리엄스가 최초로 영화에 적용한 것이다. '유도동기(誘導動機) 기법'이라 불리는 이 방식은 하나의 큰 멜로디 라인을 따라가며 일관성을 유지하되 각 인물이나 서사마다 테마곡(라이트 모티브 : Leitmotiv)을 만들고 비슷한 장면이 나올 때마다 동일한 테마를 반복함으로 써 관객이 인물의 감정에 몰입하도록 하는 기법이다. 스타워즈 의의 예를 들면 메인 캐릭터마다 각각의 테마곡이 따로 있다. 오늘날 많은 영화들이 이 방법을 따른다.

 

 

스타워즈에 적용된 라이트 모티브

 

거기에 매끄러운 선율과 유려하게 흐르는 곡의 전개, 꽉 짜인 정통 오케스트라의 사운드의 완성도는 부족함이 없다. 아련한 느낌을 주고 익살맞게 흐르다가도 “자, 감동받을 준비 됐어?”라며 작정하고 화려한 오케스트라의 스케일 넘치는 클라이맥스로 심장을 울린다. 영화를 보고 나면 한동안 그 장면과 음악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 매력, 그게 존 윌리암스다. 굳이 장르를 오가지 않아도 대부분의 영화에 다 어울린다. 말끔한 슈트를 입어도, 흙투성이의 정글 탐험복 차림이라도, 개구쟁이 티셔츠를 입어도 다 어울리는 사람 같다.

 

 

John Williams / Boston Pops Orchestra: American Classics

 

존 윌리엄스는 영화음악 외에도 정통 클래식 곡도 여럿 발표했다. 1980년부터 1993년까지 보스턴 팝스 오케스트라(Boston Pops Orchestra)의 지휘자를 역임하였고 수 십 여곡의 협주곡과 관현악곡, 실내악 및 독주곡이 있다. 엄청난 다작을 하면서도 퀄리티가 떨어지는 일은 결코 없다. 영화계는 거장이라 해도 흑역사로 불릴만한 괴작 혹은 실망스러운 작품이 있기 마련인데 이 천재적 작곡가는  어떤 해에는 1년에 5곡을 만드는 괴력을 발휘하면서도 소홀하거나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을 낸 적이 없다.

 

 

 

‘음악을 잘 듣지 않는다’는 음악가

존 윌리엄스는 한 인터뷰에서 언제나 창조적이어야 하는데 음악을 많이 듣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이 만든 음악은 영화가 개봉하고 나면 결코 다시 듣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본인도 현대 클래식의 거장으로 불리지만 위대한 작곡가들이 만든 클래식 음악도 듣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그는 이유에 대해 만일 내가 그들의 음악을 듣는다면, ‘오, 저건 내가 만들 수 있는 어떤 음악보다 월등하게 좋아’라는 생각밖엔 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 말하며 "그것은 결코 위안이 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출처 : screeninvasion.com

 

표절 의혹이 다수 제기되고 어디서 들은 클래식 곡 같다는 지적을 많이 받아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수는 없다. 고전 음악의 대가들과 비교하며 어떤 곡은 대놓고 비슷하다는 이도 있다. 그러나 존 윌리엄스는 누구의 아류일 수도 없을뿐더러 그의 업적을 폄훼하기엔 지적질로 먹고사는 평론가들의 너무 인색한 평가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한 때 오디오 마니아로 존 윌리엄스의 LP판을 소장하며 애지중지했던 추억이 떠오른다. 나이가 어린 분들이라면 그를 잘 모를 수도, 단지 나이 많은 유명한 작곡가로 여길 수 있겠다. 그러나 오랜 세월 동안 이러한 업적을 이룬 거장에 대해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음악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것은 누구에게나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누구든 타고난 재능으로 거저 얻은 것 같지만 그것 만으로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노력과 헌신으로 일생을 살아온 거장의 곡 들을 들으며 나는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인지, 앞으로 무엇을 이룰 것인지 사색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좋겠다.

 

 

 

TMI

 

유명 록 밴드 토토(Toto)의 보컬과 존 윌리엄스의 관계는?

1980년대 큰 인기를 얻었던 미국 록밴드 토토. 4집 ‘Toto IV’로 그래미상을 휩쓸고 마이클 잭슨 최고의 명곡으로 손꼽히는 ‘스릴러(Thriller)’를 비롯한 여러 뮤지션의 앨범에 세션으로 참여할 만큼 탁월한 연주 실력을 갖춘 밴드다. 4집 이후 예전만큼의 큰 인기를 누리진 못했으나 Africa, Rosanna 같은 히트곡들은 여전히 사랑받으며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2019년 해체되었다가 2020년 11월 월드 투어를 위해 재결성을 예고하며 보컬 조셉 윌리엄스(Joseph Williams)를 중심으로 일부 멤버가 다시 모일 것으로 알려졌는데, 보컬 조셉 윌리엄스가 바로 존 윌리엄스의 아들이다. 그는 토토의 3기 보컬로 데이비드 페이치, 스티브 루카서 등과 함께 <Home of the Brave>, <Pamela>, <Till the End>등의 히트곡을 작곡하였다.

 

 

Pamela - Toto (Vocal : Joseph Williams) 35th Anniversary Tour - Live in Poland 2013

 

대한민국의 빛과 그늘에 쓰인 그의 음악

존 윌리엄스는 무려 4개의 올림픽 테마곡을 작곡했다. 1984년 LA올림픽, 1988년 서울 올림픽,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이다. 그중 1988년 서울 올림픽의 테마곡 ‘The Olympic Spirit’은 역대 올림픽 주제곡 중 세련되고 웅장하기로는 손꼽히는 명곡이다.

 

 

'88 서울 올림픽 주제곡 (The Olympic Spirit - John Williams)

 

이 곡은 전쟁을 겪은 분단국의 어려움을 딛고 올림픽 개최국으로 우뚝 선 대한민국의 놀라운 성장을 세계만방에 알리기도 했지만, 속도 중심의 압축 성장과 그에 따른 무질서와 편법의 상징이 된 ‘삼풍백화점’의 광고 BGM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 위대한 음악은 자신들의 탐욕을 채우려 붕괴위험을 무시하고 멋대로 설계를 변경해 결국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간 자들의 선전용으로 한동안 쓰인 것이다. 붕괴 참사 몇 년 전에 집행된 이 광고의 제목이 ‘손님맞이’였으니 그 야만과 무지, 뻔뻔함에 안타까움과 분노가 울컥 치밀어 오른다.

 

 

거장에게 존경을 표하는 방법

2016년 7월 19일 화창한 어느 날 두 어린 친구들이 LA에 있는 존 윌리엄스의 집 앞에서 스타워즈 주제곡을 연주한다. 거장은 기꺼이 집 밖으로 나와 이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당시 그의 나이 84세,  2000년대에 태어난 젊은이들에게도 여전히 존경을, 아니 사랑을 받는 작곡가임을 보여주는 흐뭇한 장면이다. 그와 악수하는 소년은 13세이다.

 

 

 

 

꼭 들어야 할 그의 명곡들

듣고 있으면 흐뭇하고, 따뜻하고, 감동적인 그의 명곡들

 

Superman Main Theme

 

Superman Main Theme

 

E.T. - Main Teme

 

Jurassic Park Main Theme

 

Schindler’s List Theme - Djavan Caeta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