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nH의 추천 영화] 배기통 리듬에 액셀을 밟으면 <베이비 드라이버>

 

[줄거리]

 

완벽한 탈출을 위한 플레이리스트

모든 리듬이 액션이 된다!

 

귀신 같은 운전 실력, 완벽한 플레이리스트를 갖춘 탈출 전문 드라이버 베이비(안셀 엘고트).

어린 시절 사고로 청력에 이상이 생긴 그에게 음악은 필수다.

그러던 어느 날, 운명 같은 그녀 데보라(릴리 제임스)를 만나게 되면서 베이비는 새로운 인생으로의 탈출을 꿈꾸게 된다.

하지만 같은 팀인 박사(케빈 스페이시), 달링(에이사 곤살레스), 버디(존 햄), 배츠(제이미 폭스)는 그를 절대 놓아주려 하지 않는데...

 

과연 그는 지긋지긋한 생활을 청산하고 데보라와 꽃길 주행을 시작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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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드라이버>(2017, 에드가 라이트)는 주인공인 베이비를 가운데 두고, 세 가지의 영화 장르 클리셰가 재치있게 섞여 있다.

 

마음에 상처가 있는 문제아가 매혹적인 눈빛의 웨이트리스와 단지 두 번 만났을 뿐인데도 운명을 느끼고 평생을 약속하는 모습은 오글거리는 [청춘 로맨스], 범죄 생활을 청산하고자 하는 베이비가 배테랑 ‘꾼’들과 마지막 한탕을 노리는 모습은 [케이퍼 무비],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적들의 끈질긴 추격을 뿌리치고 탈출하는 모습은 [카체이싱 무비]의 쫄깃함을 여실히 느끼게 해준다.

 

하나씩만 두고 보면 재미가 없을 수 없는(재없없?) 장르들이지만, 두 시간이 채 되지 않는 러닝타임 안에서 이 장르의 문법을 하나의 매력으로 버무려 내기에는 상당히 어려운 작업인 건 자명하다. 실제로 <베이비 드라이버>의 서사 짜임새는 훌륭한 편은 아니다. 특히 위에 언급된 세 가지 장르 중에서 가장 서사가 중요한 [케이퍼 무비]의 측면에서 그러한데, [케이퍼 무비]의 매력을 살리기 위해선 캐릭터 하나마다 시간을 할애해서 소개하고 계획을 진행시켜야 하지만, 베이비라는 인물 1명에 집중돼 있는 작품이니만큼 캐릭터성에서 다소 어중간해지기 때문이다.

 

 

결국 영화를 쫀쫀하게 만드는 포인트가 필요한데, 이 영화는 그 양념으로 ‘음악’과 ‘리듬’을 택했다. 그래서 이 영화를 감상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쉴새없이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면서, 박자를 맞추며 도로를 질주하는 베이비의 드라이빙(이라 쓰고 드러밍이라 부른다)에 몸을 맡기면 된다. 애드가 라이트 감독이 영화 개봉 당시에 이야기 했던 “음악이 주가 된 액션영화”라는 목적에 꼭 맞춘 영화인 셈.

 

심장을 강하게 때리는 비트의 존 스펜서 블루스 익스플로전 <Bellbottoms>을 시작으로, 커피 심부름 장면에서 유쾌하게 얹혀진 밥&얼 <Harlem Shuffle>, 클라이막스에서는 심장을 요동치게 하는 퀸 <Brighton Rock>까지. 비트는 다르지만 매혹적인 음악에 맞춰 비트를 타는 화면을 보고 있노라면, 베이비의 위태롭고 위험한 삶도 ‘어쩌면.. 괜찮은 삶일지도?’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감독의 남다른 선곡 센스에 경탄하는 건 덤.

 

여기서 가장 유효한 포인트는 순수한 얼굴을 한 배우 안셀 엘고트다. 최근작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나 과거 <안녕, 헤이즐>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잡티 하나 없는 ‘소년’의 인상은 이 작품에서 온갖 범죄 가운데서도 순수함을 잃지 않겠다는 듯한데, 그 얼굴 덕분인지 베이비의 거친 운전도 괜히 소년의 장난으로 보여져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결정적 장면]

 

식당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데보라가 베이비에게 가 묻는다.

 

데보라 “무엇을 드릴까요?”

베이비 “네 이름”

 

발칙한 녀석. 이 세상 무수한 노래에 나오는 ‘베이비’의 이름과 다르게, 자신의 이름이 나오는 노래가 없다고 아쉬워하던 데보라. 그를 위해 베이비는 데보라를 위해 T.Rex의 ‘Debora’를 찾아 들려준다. 행복해지는 리듬과 사랑을 노래하는 가사에 맞춰 알록달록한 옷들이 꽃처럼 돌아가는 세탁소 안에서 서로 교감하는 두 청춘은 참으로 풋풋하다.

 

음악으로 세상을 단절시켰던 베이비가 음악으로 마음을 전하는 모습은 그 어떤 로맨스 영화의 고백보다 귀엽고 사랑스럽다.

 

작품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