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nH 결정적 장면

[DenH의 추천 영화] 새천년의 우리는, 사랑 앞에 더없이 순수했단다^-^ <연애소설>

DenH 2022. 9. 9. 16:14

[줄거리]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대학생 지환(차태현 분), 어느 날 그의 카메라 속으로 불쑥 수인(손예진)과 경희(이은주)가 들어온다. 닮은 듯 다른 두 사람, 둘도 없는 친구 사이인 그들. 지환은 이끌린 듯 그들을 쫓아 따라간다.

 

수인에게 첫 눈에 반한 지환은 마음을 고백하지만 거절당하고, 아이러니하게도 이 고백을 계기로 셋은 친구가 된다. 더없이 좋은 친구 사이로 스무 살의 풋풋한 나날을 더 푸른 추억으로 채워나가는 그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우정이 있어야 할 자리에 낯선 감정들이 새록새록 피어오르면서, 세 사람은 각자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한다. 이 혼란스러움에 경희와 수인은 지환을 떠나버린다.

 

그로부터 5년 후, 두 사람을 애써 잊은 채 택시기사로 살아가던 지환에게 발신인을 알 수 없는 사진이 배달된다. 발신인은 없지만 지환은 편지에서 경희와 수인을 느낀다. 가슴 깊숙이 감춰두었던 설렘을 가득 안고, 지환은 젊은 날에 안타깝게 엇갈려 버린 사랑의 흔적을 찾아 가는데...

 

 

 

흔히 1990년대 ~ 2000년대 초반까지를 로맨스 영화의 황금기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그 시절의 로맨스 영화가 특별하게 여겨지는 까닭은 그 시절에 난무했던 온갖 난해한 문화(조악한 CG의 디지털 콘텐츠나 SF틱한 옷과 미장센 등 예컨대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와는 사뭇 다르게도 전통적이고도 순수한 스토리를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연애소설> 역시 그러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소녀티를 갓 벗어난 수인과 경희의 순수함에 지환은 물론이고 관객들 모두 폭 빠져 버리게 하고, 그 둘을 향한 감정에 갈팡질팡하는 지환의 어리숙한 모습은 남성들의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하며, 사랑과 우정 가운데서 고민하는 수인과 경희의 사연에서는 함께 고민하게 하는 그런 ‘순수의 마력’이 가득하다.

 

물론 스토리는 사실 그다지 특별하진 않다. 어느 날 배달된 ‘편지’를 계기로 옛 추억을 더듬어 올라가고, 그 과정에서 ‘그녀의 비밀’을 발견하면서 안타까움에 눈물짓는 모습은 일본 영화 <러브레터>와 소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후에 영화로도 개봉한)의 정서와 닮아 있는데, 조금 과대해석을 해보자면 지나간 사랑의 기억을 아름답게 떠나보내는 살풀이 과정으로도 보인다.

 

“남자의 첫 사랑은 평생 간다. 그럼에도 남은 인생은 그를 잊고 살아가야 한다”는 싸이월드 감성의 멘트마냥 오글거리지만, 지나간 사랑이 가끔씩 생각나는 사람이라는 어쩔 수 없이 공감하며 눈물지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이 공감의 기반엔 지금은 대배우가 되어버린 차태현과 손예진, 그리고 그리운 이름이 되어버린 명배우 이은주의 굉장한 호연 덕분이다. 21살의 손예진, 23살의 이은주, 27살의 차태현이 당시에 얼마나 큰 재능을 가지고 있었는지, 찬란한 청춘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큰 즐거움을 선물한다.

 

 

[결정적 장면]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카메라 안에 들어온 수인을 보고 헐레벌떡 뛰어가 다짜고짜 “첫눈에 반했다”고 고백하는 지환. 하지만 한 방에 차이고 만다. 그리고 씁쓸하게 걸음을 돌리던 중, 벽에 걸린 시계를 손에 들더니 수인과 경희에게 외친다.

 

“시간을 한 시간 뒤로 돌렸어요. 방금 얘기는 없던 일로 해요!”

 

사실 시계의 시간을 바꾼다고 해서, 있었던 일이 없던 일이 되는 것도 아니고 없던 일이 있던 일이 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난 뒤에 이 장면을 생각해보면, 사랑은 늘 시간을 돌리고 싶을 만큼 후회를 동반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에 잠기게 된다.

 

 

작품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