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nH 결정적 장면

여보게 시스템 양반, 내가 범죄자가 될 상인가? <마이너리티 리포트>

DenH 2022. 10. 1. 18:25

 

[줄거리]

 

때는 2054년, 장소는 워싱턴. 의학의 발전이 더뎌 감기 치료약도 만들어지지 않은 미래이지만, 범죄만큼은 완벽히 차단된 ‘안전한’ 유토피아. 프리크라임이라는 치안 시스템은 범죄가 일어날 시간과 장소, 범행을 저지를 사람까지 예측해내고, 그를 미리 단죄해 시민들의 안전을 지켜준다.

 

천부적인 감각으로 (예비)범죄자를 추적해내는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프리크라임 팀장 존 앤더튼(톰 크루즈), 그기 프리크라임에 열정을 기울이는 것은, 6년 전 자신의 아들을 잃은 아픈 기억을 다른 사람에게만은 되풀이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앤더튼은 프리크라임 감사를 위해 연방정보국에서 파견된 대니 워트워(콜린 파렐)와 사사건건 대치하는 가운데 프리크라임 시스템이 믿을 수 없는 살인을 예견한다. 그것은 바로 앤더튼 자신이 누군가를 살해하는 범행 장면. 이제 프리크라임의 모든 시스템이 앤더튼을 추격한다.

 

이에 앤더튼은 음모를 파헤치기 위해, 미래를 바꾸기 위해 직접 미래의 피살자를 찾아나선다. 자신이 저지를 범죄 현장에 한 발짝씩 다가갈수록 믿을 수 없는 사실들이 드러나고, 앤더튼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예견된 희생자가 나오는데. 이제 그의 미래는 돌이킬 수 없는 것이 되고 마는가...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 스티븐 스필버그)는 2000년대 초반 IT의 비약적인 발전이 이뤄지면서 미래에 대한 거대한 기대감이 솟아나던 동시에 기술발전이 인간을 위협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혼재하던, 그 시기에 바라본 미래상의 딜레마를 명확히 표현하는 영화다. 영화 개봉 이후 무려 20년이나 지났지만, 이 영화를 감상할 때의 그 기대감과 불안함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 영화를 보다 더 재밌게 감상하기 위해서는 1년의 텀 전에 개봉했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AI>와 비교하면서 보는 것을 추천한다. 두 작품 모두 미래 사회에 대한 막연하지만 해봄직 한 ‘딜레마’를 전면에 내세우기 때문이다. <AI>는 “로봇에 감정이 있다면?”이라는 물음으로 시작해 관객들에게 고민을 유도하고,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범죄를 미리 100% 예측할 수 있다면?”이라는 질문을 던져댄다. 어쩌면 이 시기의 스티븐 스필버그는 이러한 고민에 푹 빠져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엄밀히 따져보자면 고민의 밀도 자체는 <AI>가 조금 더 짙지만,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조금은 옅여진 고민의 자리를 채우는 건 액션과 볼거리다. <AI>는 가족의 사랑을 갈구하는 로봇 소년의 ‘동화’ 같은 이야기를 꾸준히 느릿한 발걸음으로 다소 지루하게 그려냈다면, 이 영화는 ‘도망자’ 서사를 차용해 조금 더 쫄깃한 블록버스터 무드를 완성해 냈다.

 

눈빛이 참 슬프지 않나요?ㅠㅠ

 

그 중심에는 이 분야의 최강자(?) 톰 크루즈의 역량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 시절 톰 크루즈의 매력은 어떤 상황에서도 눈빛에 처연함을 간직하고 있다는 점인데, 추격자들과 처절하게 액션 사투를 벌이고, ‘나를 음모에 빠뜨린 것은 무엇인가?’라는 진실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갈 때에 그 특유의 슬픈 눈빛은 그의 사연을 더 숭고하게 만들고, 처량함을 배가한다.

 

 

 

[결정적 장면]

 

 

프리크라임의 전국 확대를 위해 감사를 나온 법무부 직원 워트워(콜린 파렐). 그는 프리크라임의 예측이 정확한지 의문을 품고서 앤더튼과 문답한다.

 

앤더튼 “여기서 당신이 찾는 게 뭡니까?”

워트워 “결함을 찾고 있소”

앤더튼 “살인은 사라졌습니다. 이 시스템은..”

워트워 “완벽하다? 하지만 결함은 인간에게 있소. 언제나”

 

“범죄를 미리 100% 예측할 수 있다면?” 이것이 실현된다면 누구도 고통을 받지 않는 유토피아가 펼쳐질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이 가정은 욕심, 복수, 실수 등등 다양한 인간적인 감정 때문에 절대 현실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긴 러닝타임 내내 설명하고 보여준다.

 

영화를 다 보고서 이 장면을 다시금 생각해보면, 인간적인 감정들이 진짜 결함일까? 하는 새로운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 고민에 대한 정답은 모두가 다 다르겠지만.

 

 

작품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