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멋대로 추천작

눈물, 펑펑 쏟고 싶은 날엔 - 8년을 뛰어넘은 신부

필더무비 2022. 5. 21. 15:25

실화를 바탕으로 한, 믿기 힘든 러브 스토리

 

  • 제목 : 8년을 뛰어넘은 신부 (8年越しの花嫁 , The 8-Year Engagement, 2017)
  • 개봉 연도 / 관람등급 : 2021 / 전체 관람가
  • 국가 : 일본
  • 장르 : 로맨스/멜로/드라마
  • 감독 : 제제 타카히사
  • 출연 : 사토 타케루, 츠치야 타오

 

 

ⓒ IMDb.com



스포일러 없는 내 멋대로 추천 작은?

예술성, 장르, 스케일, 배우, 감독, 예술성, 국적 불문 아주 개인적 취향으로 고른 ‘꿀잼 영화’들을 소개합니다. 취향과 맞지 않으시는 분들께는 미리 죄송합니다. 영화를 안 보신 분들을 위해 영화 내용은 최대한 자제합니다.

 

 

가장 비현실적인 현실의 사랑
★ ★ ★ ★ ☆



사랑의 유효기간은 얼마일까요? 남녀 간의 사랑에 국한해서 보자면 일부 뇌과학자들은 최대 3년이라고 하더군요. 자기 짝을 찾으면 뭔 호르몬이 나와서 눈에 콩깍지가 씌고 생물학적 분비물에 의한 화학작용과 종족 번식 본능이 마치 아름답고 숭고한 감정 인양 착각을 일으킨 결과가 불타는 사랑이라니요. 그래서 3년 뒤엔 '사랑은 움직이는 거, 아니 움직여도 되는 거'가 되는 걸까요?

 

 

우리의 이 초라한 변명거리를 무색게 할 진짜 사랑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것도 일본 오카야마 현에서 사랑을 꽃피운 현실 부부의 눈물겨운 사랑이야기, 2021년 제제 타카히사 감독의 <8년을 뛰어넘은 신부(8年越しの花嫁)>입니다. 필자는 사랑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는 순정만화 스타일의 이야기를 매우 싫어합니다. 그 환상이 현실의 솔직한 감정을 하찮은 것으로 깎아내리는 동안 우리 삶이 놓칠 소중함을 생각하면 말이죠.

솔직한 성격의 마이와 조용하고 묵묵한 히사시 ⓒ IMDb.com


이 영화는 단체 미팅에서 우연히 만난 남녀 히사시(사토 타케루)와 마이(츠치야 타오)가 사소한 오해로 다투게 되고, 웬지 모를 끌림에 사랑에 빠지고, 둘 사이에 견디기 힘들 만큼 어려운 시련이 닥치고, 마침내 극복하는 줄거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줄거리는 뻔하고 픽션이었다면 단지 아주 잘 만든 절절한 사랑 이야기 정도였겠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 다르게 다가오더군요.

사토 타케루의 진중함, 츠치야 타오의 단아함. ⓒ IMDb.com


물론 <지금 만나러 갑니다>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의 각본가 오카다 요시카즈의 각색은 가미되었지만, 이 영화에서 만큼은 내내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제제 타카히사 감독의 자연스럽고 섬세한 연출과 남자 주인공 사토 타케루의 묵직한 존재감도 좋았습니다만, 특히 여주인공 츠치야 타오의 혼신을 다한 연기에 푹 빠져들어, 영화를 보고 나자 마치 그들과 함께 8년 세월을 함께 지나온 듯했습니다. 다만, 일본 영화 특유의 연출 스타일은 일부 장면을 그래픽과 타이포그래피로 시각화해 다소 가볍게 표현된 점은 아쉽기도 합니다. 그런데 K-드라마처럼 디테일하고 진하게 녹여냈다면 아마 보다가 너무 힘들어 지쳤을지도 모릅니다.

 

 

<바람의 검심> 발도재 켄신역의 사토 타케루 ⓒ IMDb.com


스포를 하지 않고 글을 쓰려니 너무 힘들지만, 계속해 보겠습니다. 남자 주인공역인 사토 타케루는 너무도 독보적인, 역대 최고의 검술 영화 <바람의 검심(るろうに剣心)> 시리즈의 주인공입니다. 날카로우면서도 깊고 어두운 눈매와 무심한 듯 툭툭 던지는 대사, 그러나 한없이 순수한 소년 같은 웃음을 가진 반전 매력덩어리죠. 이 영화에서는 세상 맑고 깨끗한 영혼의 소유자이자 한 여자를 무려 8년을 넘게 지켜주는 그런 남자로 나옵니다. 남자인 내가 봐도 반하겠습니다.

연기의 혼을 보여준 츠치야 타오 ⓒ IMDb.com


그도 그지만, 저에겐 다소 낯선 배우였던 여주인공 츠치야 타오의 실로 엄청나다 할 만한 리얼 연기는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줍니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몸의 이상에 경련을 일으키고, 뇌사에 빠져 온몸이 망가져 가는 그녀를 보면 소름 돋을 만큼 역할에 몰입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옆자리 괴물군><P와 JK><소녀, 하늘을 날다>등의 다수 작품에 출연했던 츠치야 타오의 인생 연기라 할 수 있습니다.

갑자기 찾아온 두통과 환청, 그녀에게 닥칠 시련은? ⓒ IMDb.com


그런 그녀를 지켜주는 가족과 남자 친구 히사시의 이야기는 한순간도 눈을 떼지 못할 만큼 가슴 아프게 흘러갑니다. 그 세월 동안 남자 친구 히사시는 묵묵히 곁을 지킵니다. 천만 다행으로 마이가 깨어나지만, 이번엔 더 큰 문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스포.. 금지..

 

 

ⓒ IMDb.com


히사시가 마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매년 어딘가를 찾아가 했던 놀라운 일들, 그녀를 위해 매일매일 했던 행동들, 그리고 마이가 깨어난 이후에도 오직 그녀를 위해 해야만 했던 가슴 아픈 선택은 이 영화의 후반부에 마침내 휘몰아치는 큰 감동을 불러일으킵니다. 어린애처럼 울면서 엔딩 크레디트를 봅니다. 오랬만에 따뜻하고 애절한 로맨스 영화를 보며 아직 눈물이 남아 있음에 감사하기도 했는데요. 팝콘처럼 톡톡 튀는 사랑 이야기 말고, 비 현실적인 멋쟁이들 이야기 말고, 진짜 눈물 펑펑 나는 사랑이야기가 그리우시다면 지금, 넷플릭스를 켜시기 바랍니다.

ⓒ IMDb.com



PS. 이 부부의 이야기는 한국 언론에서도 소개되었습니다. 아래 기사는 영화를 보기전에는 안보시는걸 추천드립니다. 영화의 중심줄거리, 각색된 부분과 부딪히는 부분이 있습니다.

 

 

8년의 기다림 그리고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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