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지막이 일어나 소파에 앉아 차가운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여유를 즐기던 주말 오전. 문득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이 따가워 ‘이제 옷장 정리를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옷걸이에 걸린 두툼한 외투를 집어 바닥에 던져두고, 옷장 깊숙한 곳에 익어가던 봄옷을 꺼내 보았지요. H&M, 에잇세컨즈, 유니클로 등등 꼬박 반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SPA 브랜드 옷들이 괜스레 반가운 것도 잠시, 지난 계절 동안 켜켜이 쌓이고만 묵은내에 고민이 불쑥 들어옵니다. 자세히 보니 색도 조금은 바랜 것 같고 유행과는 너무 동떨어진 듯한 디자인에, 입고 나가면 친구들의 놀림거리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갔지요. ‘그냥 버릴까?’ 버릴 옷들을 하나하나 살피며 이 옷을 입고 겪었던 추억까지 새록새록 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