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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진짜(?)이유

FEElMDIA 2022. 7. 1. 15:33
출처: SBS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2011년에 방영한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를 기억하시나요? 조선 초 세종 이도의 한글 창제와, 그에게 대항하는 비밀 조직원 밀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죠.


출처: SBS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제목인 <뿌리깊은 나무>는 용비어천가 2장 첫 구절인 '불휘 기픈 남ᄀᆞᆫ'에서 따왔다는데요. 한글 창제를 대표하는 말이자, 작중에 등장하는 조직 밀본의 '재상이 뿌리가 되는 국가(나무)'라는 이념에도 부합됩니다. 그러니까 두 가지 의미를 지닌 제목인 셈입니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각본은 작품성과 시청률을 동시에 잡는다는 찬사를 받는 작가인 김영현, 박상연 콤비가 맡았습니다. 원작은 이정명 작가의 장편 소설인데요. 두 작가의 인터뷰에 따르면 원작을 꽤 많이 각색했다고 하는데요.


출처: SBS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그런데 사실 원작을 꽤 많이 각색한 정도가 아니라 제목이나 등장인물의 이름과 설정만 채용하고 그냥 원작과 별개의 작품입니다. 실제로 강채윤(장혁), 소이(신세경), 무휼(조진웅), 가리온(윤제문) 같은 주요 인물들은 원작과 설정이 많이 다르며, 원작에서는 세종(한석규) 역시 주인공이라기보다는 '구름 위에 있는 인물' 정도라고, 원작 본문에서도 '주상'이라고만 칭해집니다.


출처: SBS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극 중에서 밀본이라는 세력은 자신들이 조선의 뿌리라고 생각하며 행동하는 집단인데요. 세종은 아는지 모르겠으나 그가 하고 있는 훈민정음의 창제가 바로 진정한 의미의 밀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출처: SBS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극 중 밀본 세력의 주장은 바로 사대부가 조선의 뿌리라는 것인데요. 세종의 훈민정음 창제로 인해 백성들의 말과 소리를 누구나 서로에게 전할 수 있다면, 그 말과 소리를 전할 수 있게 된 백성들이야말로 진정한 조선의 뿌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출처: SBS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밀본의 수장인 정기준(윤제문)은 한글 반포 행위를 반대하면서 계속하여 성리학에 위배된다 주장합니다. 정기준이 한글 반포를 목숨을 걸고서라도 절대 막으려 했던 이유는 바로 "균형"이었습니다.


출처: SBS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백성들은 그간 글이 너무 어려워 깨우칠 시간이 없어서 글공부를 할 수 없었죠. 글을 모르기에 세상의 이치를 모르고, 이치를 모르기에 세상 정치에 관여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글공부는 양반들이나 선비들이 할 수 있었고, 그들이 세상을 이끌어온 것이죠.

그리고 그들은 결국 기득권을 갖게되고 그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 하죠. 바로 이게 인류가 수천 년 이상 동안 인간을 지배해오던 방식인데요.


출처: SBS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그런데 만약에, 고작 24글자밖에 안되는 한글을 백성들에게 반포해 버리면 백성들은 금방 글을 깨우칠 것이고, 글을 깨우치면 이치를 깨닫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그 욕망은 결국 국가의 정책에 관여하게 될 것이라는 게 정기준(윤제문)의 논리였습니다.


출처: SBS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반면, 세종대왕 이도(한석규)가 말하는건 바로 500년은 앞선 "민주주의"였습니다. 정기준(윤제문)은 백성이 이치를 깨닫고 욕망이 정치로 향하게 되면 그들의 지도자를 스스로 선출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하죠.

하지만 이도(한선규)는

왜 백성을 믿지 못하느냐, 백성에 대한 신뢰가 그리도 없더냐"


라며 백성의 편에 서서 그들의 소리를 들을수 있다는 것에 의의를 두죠. 이렇게 첨예하게 극 중에서 세종대왕 이도(한석규)와 밀본의 수장 정기준(윤제문)의 논리가 대립하게 됩니다.


출처: SBS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드라마에서 백미 아닌 백미(?) 찾자면 단연 욕쟁이 세종대왕입니다. 성질 더럽던 어린 강채윤(성인 역 장혁)에게 한번 물리고 나니까 그 뒤로는 습관이 되었는지 입이 영 못쓰게 험해져 버렸습니다. 설마 세종은 한자로는 표현할 수 없는 풍부한 우리 욕을 표현하기 위해 훈민정음을 만들었다나???


출처: SBS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실제로 극중에도 이를 암시하는 듯한 장면이 나왔다! 경연 중에 홀(수첩)에다가 '우라질'이라고 적었던 것이죠. (당연히 한자의 음을 따서 '于羅疾'.)


출처: SBS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참고로 실제로 세종이 신하들에게 잘 썼던 욕은 이 더벅머리 선비 놈이라고 하는데요. 그리고 5화에 세종이 개 X끼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 실록에도 나오는 장면이라고 합니다.


출처: EBS '역사뉴스e' 한글 창제

한글은 "훈민정음(訓民正音)"이라는 이름으로 1446년 9월 반포되었는데요. 훈민정음이 처음 생겼을 때 당시 사대부들은 실제로 엄청나게 반대를 했다고 합니다.

당시 문화 선진국인 중국의 문화를 받아들이려면 한자를 공부해야 하니 한글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었죠. 다행히 세종대왕의 의지로 훈민정음은 다양한 책을 인쇄하는 데 사용되기도 하고, 관리들의 시험과목이 되기도 하면서 여러 사람들이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현대를 사는 우리가 덕을 톡톡하게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