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있는 영화

라스트 나잇 인 소호, 호러 영환데 음악이 너무 좋잖아.

필더무비 2022. 9. 12. 18:36

이 감독, 음악 쫌 아네?! 

 

ⓒ IMDb.com

 

오랜만에 음악이 있는 영화 코너에 레트로 느낌 가득한 호러무비 하나를 들고 왔습니다. 바로 애드거 라이트(Edgar Wright) 감독의 2021년작 <라스트 나잇 인 소호 (Last Night in Soho)>입니다. 애드거 라이트는 코미디 호러무비 <새벽의 황당한 저주, 2004 >로 메가 히트를 기록하며 화려한 데뷔를 하고, <뜨거운 녀석들, 2007>로 또다시 관객들의 배꼽을 빼더니 <스콧 필그림 VS 더월드, 2010>라는 황당무계한 SF를 잠시 거쳐 <지구가 끝장나는 날, 2013>까지 발표하며 영국을 대표하는 코미디 영화 전문 감독으로 인정받게 됩니다.

 

 

Edgar Wright ⓒ IMDb.com

 

 

애드거 라이트 영화의 특징은 매 장면 하나하나에 의도적이고 계산된 익살스러움에 광고 같은 장면 전환과 찰진 음향 효과를 꽃아 넣습니다. 어떤 장면도 평범하거나 정적인 장면이 없죠. 그래서 엄청나게 웃깁니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지나치게 부지런합니다. 저는 이런 영화에는 쉽게 피로감을 느껴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여백이 없거든요. 사탕 먹고, 설탕 먹고, 또 탄산음료를 마시는 느낌입니다.

 

그런데 그가 <앤트맨, 2015>의 원안을 쓰느라 잠시 연출을 쉬다가 4년 만에 <베이비 드라이버, 2017>로 복귀했을 때부터 오? 하며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유는 이 영화의 사운드 트랙 때문입니다. 롹 음악에서부터 재즈, R&B에 이르기까지 땀내 나는 라이브 클럽에서 듣는 음악처럼 아날로그와 레트로 감성이 가득했습니다. 라이오넬 리치의 'Easy'가 흘러나오는 폐차장 장면은 정말 인상적입니다.

 

 

BABY DRIVER "Easy" by Commodores movie scene 2017

 

 

 

 

애드거 최초의 레알 호러무비

그런 그가 2021년 웃음기 싹 뺀 진짜 호러무비를 발표하게 되는데요 바로 시간을 넘나드는 영국판 전설의 고향 같은 영화 <라스트 나잇 인 소호>입니다. 호러무비로서도 엄청난 완성도를 보여주지만 애드거 라이트 감독의 음악 선정은 정말 최고입니다. 영화의 테마곡이라 할 수 있는 'Down Town'은 1964년 영국 가수 페툴라 클락(Petula Clark)이 부른 원곡을 커버한 곡입니다. 여주인공이자 신비로운 외모의 말하는 인형 안야 테일러 조이(Anya Taylor-joy)가 직접 불렀는데요. 안야는 정말 노래까지 잘하면 어쩌자는 건지.. 

 

 

LAST NIGHT IN SOHO "Down Town" by Anya Taylor-joy

 

그녀와 투톱으로 여주인공을 맡은 토마신 맥켄지(Thomasin McKenzie)는 패션 디자이너로 성공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런던으로 상경하는 엘로이스라는 시골 소녀 역을 맡습니다. 사실 대도시에 적응을 못해 그녀가 어릴 때 자살하고 만 엄마가 못다 이룬 꿈이기도 하죠. 이 트라우마는 엘로이스에게 조금은 욕망에 집착하는 성격과 폐쇄적인 성격으로 나타납니다. 뉴질랜드 출신 배우인 토마신 맥켄지의 왠지 모르게 서늘하고 신비로운 눈빛과 연기는 안야 테일러 조이에게 전혀 밀리지 않고 이 영화 분위기 절반 몫을 훌륭하게 해 냅니다.

 

 

Thomasin McKenzie ⓒ IMDb.com

 

패션 학교답게 다들 그럴싸한 배경을 가진 도시의 짓궂고 도도한 경쟁자들에게 지친 그녀는 기숙사를 나와 자취방을 구하게 되는데요. 다소 외딴곳의 옥탑방으로, 형형색색의 네온사인 불빛이 창으로 들이치는, 나라면 5분도 있기 싫은 방이었습니다. 엘로이스는 그래도 자기만의 공간이 생긴 해방감을 만끽하면 잠이 듭니다. 그런데 그녀는 갑자기 1960년대 런던 거리로 시간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토마신 멕켄지의 푸른 눈이 그늘에 덮이며 샌디 역을 맡은 안야 테일러 조이와 조우하는 장면은 흔한 연출처럼 보이지만 부지런한 애드거 감독은 각도, 비례, 카메라 무빙까지 어느 장면 하나 눈을 뗄 수 없게 만듭니다. 그것도 CG가 거의 없는 맨몸 롱테이크와 사후 편집만으로요. 예산 탓이었는지 장인 정신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감각적이면서 세련된 연출이 돋보이는 정말 아름다운 장면들입니다. 초반부터 영화에 훅 빠져드는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 IMDb.com

 

눈부시게 아름다운 가수 지망생 샌디가 자신의 분신처럼 움직이며 거칠고 야만스러운 세상에 도전하는 것을 목격하게 되는 엘로이스. 소극적이고 촌스러운 자신과 달리 도도하고 과감하며 섹시한 그녀는 성공을 향해 달리는 자신과 닮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도 달랐습니다. 엘로이스는 매일 밤 자신이 그녀가 되거나 때로는 관찰자로 밤의 세계를 함께 합니다. 환상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시간여행에 빠져들어 버립니다.

 

 

ⓒ IMDb.com

 

그러나 아름다운 무대와 화려한 성공을 꿈꾸었던 샌디의 도전은 부패하고 타락한 어둠의 세계의 문을 열고 만 것이었을까요. 영화는 상상도 못 할 반전으로 치달으며 무시무시한 호러 장르로 돌변합니다. 그러나 거기가 끝이 아닙니다. 영화의 마지막에는 또 하나의  엄청난 반전이 남아있습니다. 두 여자 주인공의 운명과 주변 인물, 그리고 무서운 존재들의 비밀은 뒤엉킨 시간의 중첩 공간에서 놀라운 스토리로 전개됩니다. 무서운 장면 연출, 액션, 음악까지 쉴세 없이 몰아치는 클라이맥스는 이영화의 백미입니다.

 

 

ⓒ IMDb.com

 

 

 

 

화면빨 좋은 이유가 있었네

또 하나 이영화의 특징은 범상치 않은 묵직한 화면의 분위기입니다. 그리고 유려한 카메라 무빙과 색감이 너무 좋습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화면빨이 너무 좋아 영화 크레디트를 찾아보니, 촬영이 무려 장정훈 감독입니다. 장정훈 감독은 <올드보이>, <남극일기>, <친절한 금자 씨>, <박쥐>, <신세계>, <아가씨>등 쟁쟁한 한국영화로 명성을 얻어 한국인 최초로 할리우드에 진출한 촬영감독입니다. <스토커>, <그것>, <커런트 워>, <호텔 아르테미스>, <언차티드> 등 여러 흥행작에 이름을 올렸으며 최근 디즈니 플러스에 방영 중인 스타워즈 외전 드라마 <오비완 케노비>에도 촬영 감독을 맡았습니다.

 

 

장정훈 촬영감독 ⓒ IMDb.com

 

오 정말 <라스트 나잇 인 소호>는 오랜만에 제대로 빠져드는 호러무비였습니다. 마니아뿐만 아니라 그 누구에게도 강력 추천합니다. 탄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 그리고 완벽하고 아름다운 화면 연출. 애드거 라이트 감독은 코미디 호러 장인이거나 코미디 장인인 줄 알았는데 그냥 호러도 장인이었습니다. 특히 이 영화의 OST는 어느 하나 버릴 게 없습니다. LP로도 발매되었는데요 2장 세트가 10만... 그래도 몹시 갖고 싶어 호시탐탐 노리고 있습니다. 꼭 살 겁니다! 마지막으로 노래까지 잘하는 인형 안야가 부른 또 하나의 노래 'You're My World'입니다. <라스트 나잇 인 소호>는 넷플릭스에서 방영 중입니다.

 

 

LAST NIGHT IN SOHO "You’re My World" by Anya Taylor-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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