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이런 영화가 다 있네, 캐빈 인 더 우즈
도대체 장르가 뭐니? 캐빈 인 더 우즈
- 제목 : 캐빈 인 더 우즈(The Cabin in the Woods)
- 개봉 연도 / 관람등급 : 2012 / 청소년 관람불가
- 국가 : 미국
- 장르 : 액션 / 공포 / SF
- 감독 : 드류 고다드
- 출연 : 크리스 햄스워스, 크리스틴 코놀리, 애나 허치슨, 프랜 크랜즈, 제시 윌리엄스
스포일러 없는 내 멋대로 추천 작은?
예술성, 장르, 스케일, 배우, 감독, 예술성, 국적 불문 아주 개인적 취향으로 고른 ‘꿀잼 영화’들을 소개합니다. 취향과 맞지 않으시는 분들께는 미리 죄송합니다. 영화를 안 보신 분들을 위해 영화 내용은 최대한 자제합니다.
흔한 냉장고 속 재료로 만든 난생처음 보는 맛의 요리
★ ★ ★ ★ ☆
뻔한 재료로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다니
캐빈 인 더 우즈? 캐빈(Kevin)이 숲 속에 들어가서 벌어진 일이란 말인가? 영문 제목 그대로 한글로 써져 있어 잠깐 착각했더랬습니다. 그냥 '숲 속의 오두막(cabin)'입니다. 흠, 나름 발음이 잘 붙어 괜히 번역했다면 더 흥행 안됐을 거라는데 500원 걸겠습니다. <어벤저스, 2012>의 감독 조스 웨던이 각본과 제작을 맡았고 주연중 한 명이 천둥의 신 토르 크리스 햄스워스입니다. 제작비도 만만찮게 든 이 영화. 그런데 뭐랄까요. 전혀 대형 상업영화 같지 않은, 오히려 B급 병맛 코드 가득한 희한한 영화입니다.
전체 흥행 수익은 제작비의 두배 정도로 나쁘지 않았지만, 국내 개봉성적은 참패입니다. 청불인 데다 하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과 경쟁해야 했거든요. 그러나 이 코너는 대박 흥행 따위는 상관없거든요. 이 영화 역시 만만찮습니다. 이영화를 보고 나면 한식당을 들어갔는데 중식당으로 나온 느낌으로 온갖 클리셰와 호러, 판타지 장르의 변주에 음모론까지 마치 정체불명의 곳에서 듣도 보도 못한 음식을 맛본 느낌이 들 겁니다. 그러나 감탄할만한 독특한 맛을 가진 영화죠. 티저 포스터에서 아예 대놓고 호러 무비의 뻔한 설정을 비틉니다.
만약, 웬 노인이 거기 가지 말라고 하면 비웃어라.
만약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면 섹스를 해라.
만약 무언가가 너희를 쫓아오면 흩어져라.
이 영화의 도입부는 중년의 두 회사원의 대화로 시작됩니다. 중간급 간부 정도로 보이는 이 둘은 일상적인 대화, 그러나 뭔가 칙칙한 대화를 나눕니다. 전문가 같긴 한데 영혼 없는 표정의 그들은 유들유들하고 세상에 찌들어 친하고 싶지 않은 아재 그 자체입니다. 그러나 이들이 향 후 벌이는 일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끔찍한 일들입니다.
그리고 장면 전환이 되면서 젊은 대학생들이 각자의 캐릭터를 뽐내며 등장합니다. 눈매가 짙은 진지충 여주인공, 좀 헤퍼 보이는 캐릭터의 단짝 친구, 힘 좀 쓸 것 같은 미식축구부 남자 둘, 그리고 약쟁이. 이들은 전형적인 클리셰를 뽐내며 길을 떠납니다. 그놈의 휴가, 그놈의 트레일러, 외딴곳, 낡은 주유소, 거기서 꼭 만나는 끔찍한 외모의 이상한 노인.. 이때쯤 영화 많이 본 사람들은 알게 됩니다. 요놈들이 차례로 죽는 영화 겠거니.. 맞추셨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뻔한 전개가 '음? 이거 뭐지?'라는 생각으로 바뀌는데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가는 순서는 모르지만 어쨌든 죽을 녀석들이 기분 나쁜 오두막에 도착합니다. 이 녀석들이 건전하고 오붓한 시간을 가질 리 없겠죠? 좋게 보면 불타는 청춘이고, 실은 욕망 덩어리들은 각자의 역할을 맡은 대로 퇴폐적이거나, 단순 무식하거나, 이상하거나.. 암튼 죽음을 향해, 죽을게 뻔한 짓들을 합니다. 제발 어디 가서 함부로 아무거나 만지지 말았으면 합니다. 이 호기심 천국들아.
장르다운 게 뭔데!
그런데 이들을 모두 지켜보는 이가 있었으니...로 이야기가 바뀌며 영화는 SF와 호러 장르가 갑자기 결합됩니다. 이들이 여기 모인 이유가 하나씩 드러나는데 오잉? 에게? 헐..로 감탄사가 바뀝니다. 그러다 와.. 이거 재미있는 데로 무섭게 빠져들죠. 물론 이야기는 시간이 흐를수록 산으로.. 아니 안드로메다로 갑니다. 그런데 관객을 데리고 갑니다.
이것이 이영화의 미덕입니다. '그래, 어디까지 막 가는지 보자!'라는 심정으로 계속 보게 됩니다. 피식 웃음이 나다가도 몸서리를 치며 인상을 찌푸리게 되죠. 잔인한 액션에 난무하는 혼종 콘셉트와 기괴한 캐릭터가 총출동하는 대환장 파티에 관객을 던져 버립니다. 진짜로 별에 별게 다 나옵니다. 온 세상 크리처들을 하나의 세계관으로 묶어 버리는 황당 전개!
호러 무비든 코미디든, 영화든 드라마든 이야기의 개연성 없는 영화는 용서하기 힘들죠. 그럴 땐 차라리 딴 세상 이야기를 만들어 버리는 게 낫고, 액션이든 핏빛 슬래셔든 갈 거면 끝장을 봐야 합니다. 뭐든 어설픈 게 문제입니다. 이 영화엔 다 있습니다. 끝 간데 없는 상상력과, 내가 아는 모든 이상한 것들과, 모든 장르와, 흥건한 핏빛까지. 어떻게든 이 것들을 욱여넣어 씨줄과 날줄로 엮어낸 호불호가 극명한 영화입니다.
맞습니다. '전형적인 호러무비'의 문법을 잘 따르는 영화를 선호하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다소 황당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기괴한 영화도 만들어져야 옳습니다. 제발 딱딱한 영화적 지식일랑 버리고 그냥 즐겨보세요. 깐깐한 연기력 파악은 접어두고 정신줄을 놓으세요. 시간이 훅! 가버리는 쾌속 오락영화입니다. 생각나는 대로 막 내뱉은 말 같지만 실은 나름의 얼개를 가진 그럴 싸한 헛소리 같은 영화. 내려놓으면 실컷 즐길 수 있는 영화. 캐빈 인 더 우즈였습니다. 넷플릭스 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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