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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함을 되찾고 싶을 때 꺼내보는 <러브레터>

제가 나이가 들면서 가장 아쉬운 일은 바로 예전과 같은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어느 순간 영화를 볼 때도 ‘재밌다’는 감상이 아니라 기계적인 ‘평가’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술을 마실 때에도 어떻게든 술 한 잔 속에 삶의 고뇌를 녹여내려고 하며, 연애를 할 때도 설렘보단 편안함을 찾게 되더군요. 정말 순수하게 순간의 즐거움을 느껴본 게 언제인지 싶습니다. 이 변화를 최근 을 볼 때 아주 여실히 느꼈습니다. 분명 10여 년 전 이십대 초반에 를 보았을 땐 멋진 비주얼의 황홀경에 빠져 허우적대던 기억이 나는데, 을 볼 때는 지가 뭔데 마치 ‘제임스 카메론의 영화史 뉴테크놀로지편 : 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논문을 심사하는 것 같은 태도로 영화를 보고 있더란 말이죠. 그 때 아주 여실히 깨달았습니다...

꼬영이 2023.01.23

“농구 좋아하세요?” 추억이 다시 ‘지금’이 되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시계를 잠시 2000년대로 되돌려 보려 합니다. (TMI 주의) 아직 학생이었던 제가 좋아하던 것을 몇 가지 나열해 보자면 이렇습니다. 라디오헤드, 뮤즈, 킨, 콜드플레이로 대표되던 ‘영국 록 밴드’, 임요환을 따라 무수한 드랍십을 날려댔던 ‘스타크래프트’, 첫사랑 지은이를 따라 처음 가보았던 ‘캔모아’, 밤을 새가며 읽었던 용대운 작가의 무협소설 ‘군림천하’ 등등 그 시절을 살았던 많은 사람들이 열광해 마다 않던 문화 속에 저도 푹 빠져 있었더랬죠. 물론 지금도 라디오헤드의 음악을 듣고, 이따금씩 친구들과 PC방에 가 스타크래프트를 즐기고, 예전 무협소설을 꺼내 읽곤 하지만(캔모아는 어디있는지 도통 찾아볼 수가...,) 삼심대 중반이 돼버린 지금은 십대 시절의 감흥과 즐거움을 찾을 수는 없습니다. 아마..

꼬영이 2023.01.14

2023년엔 무엇을 이루고 싶으신가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다사다난했던 2022년이 끝나가고, 2023년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저는 매년 시작 시점에 서게 되었을 때, 조금은 복잡미묘한 감정을 느끼곤 하는데요. 괜스레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의 감정이 1번, 그리고 무엇도 이루지 못했던 작년을 돌아보면서 우울함을 느끼는 감정이 2번, 그럼에도 올해는 꼭 다를 것이라는 결심의 마음이 3번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곧 시작되는 새해를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할지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고자 합니다. 바로 영화 속 주인공 월터(벤 스틸러)의 일화를 통해서 말이죠. [줄거리] ‘라이프’ 잡지사에서 16년째 근무 중인 월터 미티.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상상’을 통해 특별한 순간을 꿈꾸는 그에게 폐간을 앞둔 ‘라이프’지의 마지막 호 표지 사진을 찾아오는..

꼬영이 2022.12.25

“인생은 독고다이!?” <나 홀로 집에>에 대한 30대 미혼남의 단상

이상하게도 매년 이맘때가 되면 마음이 들뜨곤 합니다. 이천여 년 전 한 인물의 위대한 탄생을 기리기 위한 날이건만, 사람들은 늘 이 날에 누군가와 ‘함께’ ‘무엇을’ 해야 알차게 보낼 수 있을지를 고민하곤 하죠. 하지만 이 축제 같은 분위기에 동참하지 못하고, ‘우박이 쏟아지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바라는 숱한 싱글들에게 크나큰 위로가 되어주는 영화가 한 편 있으니, 그 이름도 위대한 가 그 주인공입니다. 개봉한 지 무려 30년이 훌쩍 지난(필자와 동갑인) 지금까지도, 우리의 마음을 톡톡 건드리는 이유에 대해서 30대 싱글남의 입장에서 한 번 살펴봤습니다. ▶ 죄송하지만, 혼자 있고 싶으니 다 나가주세요. 최근 통계청에서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2’을 살펴보니, 재밌는 결과가 하나 있더군요. 바로..

꼬영이 2022.12.18

[꼬영이] “인생도 Ctrl+Z가 되나요?” 회귀/타임슬립에 대한 짧은 생각

엑셀이나 워드로 일을 하다보면 가끔은 좌절감에 빠지곤 하죠. 대표적으로 실수로 문단 하나를 드래그한 채 스페이스 바를 눌러버렸다거나, 혹은 나도 모르게 'Insert' 버튼을 누른 채 정신없이 글을 쳐 넣었을 때? 그러다가 ‘아차!’ 싶어서 간절하게 찾는 단축키가 있으니, 이름하야 ‘Ctrl+Z’(실행취소). ‘Ctrl+S’(저장하기)를 깜빡한 뭇 직장인들(저 포함)에게 남은 최후의 희망이자 보루인 이 단축키를 보고 있으면, 아주 먼 옛날부터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회귀/타임슬립’ 영화들이 떠오릅니다. 오늘은 ‘Ctrl+Z’의 은혜를 꼭 닮은 회귀/타임슬립 콘텐츠가 왜 이렇게 끌리는지, 무엇이 우리의 마음을 콕콕 자극하는지를 한 번 생각해 봤습니다. ▶ 한 번 더 기회를 줘!!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

꼬영이 2022.12.10

[꼬영이] "동감에 공감하기엔 참 아쉬운 한끗" <동감>을 보고서

저는 90년대-00년대 로맨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많은 분들이 제 의견에 ‘동감’하실 텐데요. 탄탄한 스토리와 특유의 세밀한 감정선이 가득한 그 시절의 로맨스를 기억하면서, ‘왜 요즘은 이런 작품들이 나오지 않는가’를 안타까워하던 1인으로서, 의 리메이크 개봉 소식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21학번 Z세대에게 동감을 느낄 수 없는 ‘아재’가 되어버렸기 때문인지, 아니면 원작 이 제게 남긴 몽글몽글한 감상이 아직도 짙게 가슴에 남아서 인지. 영화를 보고나서 한끗의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는데요. 오늘은 이 아쉬움에 대해 한 번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줄거리] 1999년, '용(여진구)'은 첫눈에 반하게 된 '한솔(김혜윤)'을 사로잡기 위해 친구 은성(배인혁)에게 H..

꼬영이 2022.11.20

"성공적인 리메이크의 방법을 찾다!" <자백>을 보고서

자백합니다. 저는 리메이크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필연적으로 원작과 리메이크작을 비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인데요. 작품이 그 자체로 훌륭할지라도, 원작에 비해 1g이라도 감흥이 적다고 느껴진다면 괜스레 마음구석에 실망감이 가득해지는 그 감정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이러한 불안감을 가지고 감상한 , 이 작품에 대한 감흥을 한 문장으로 먼저 정리해보자면 ‘오랜만에 만난 성공적인 리메이크’라고 하고 싶은데요. 스포일러를 하지 않는 선에서, 이 성공적인 리메이크인 이유에 대해서 한 번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줄거리] 불륜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협박을 받고 향한 호텔에서 의문의 습격을 당한 유민호(소지섭). 정신을 차려보니 함께 있던 김세희(나나)는 죽어있고, 범인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하루아침..

꼬영이 2022.11.12

[DenH의 추천 영화] 배기통 리듬에 액셀을 밟으면 <베이비 드라이버>

[줄거리] 완벽한 탈출을 위한 플레이리스트 모든 리듬이 액션이 된다! 귀신 같은 운전 실력, 완벽한 플레이리스트를 갖춘 탈출 전문 드라이버 베이비(안셀 엘고트). 어린 시절 사고로 청력에 이상이 생긴 그에게 음악은 필수다. 그러던 어느 날, 운명 같은 그녀 데보라(릴리 제임스)를 만나게 되면서 베이비는 새로운 인생으로의 탈출을 꿈꾸게 된다. 하지만 같은 팀인 박사(케빈 스페이시), 달링(에이사 곤살레스), 버디(존 햄), 배츠(제이미 폭스)는 그를 절대 놓아주려 하지 않는데... 과연 그는 지긋지긋한 생활을 청산하고 데보라와 꽃길 주행을 시작할 수 있을까? (2017, 에드가 라이트)는 주인공인 베이비를 가운데 두고, 세 가지의 영화 장르 클리셰가 재치있게 섞여 있다. 마음에 상처가 있는 문제아가 매혹적..

[DenH의 추천 영화] 싱숭생숭한 마음, ‘가을 타다’가 영화가 된다면?! <만추>

[줄거리] 수인번호 2537번 애나(탕웨이 분). 7년 째 수감 중인 그에게 어머니의 부고가 전해지고, 이에 3일 간의 휴가가 허락된다. 시애틀 행 버스를 타고 장례식을 가던 중, 누군가에게 쫓기듯 차에 탄 훈(현빈 분)이 차비를 빌린다. 그는 사랑이 필요한 여자들에게 에스코트 서비스를 하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고, 그 업으로 인해 도망치는 중이다. “나랑 만나서 즐겁지 않은 손님은 처음이니까, 할인해 줄게요. 오늘 하루.” 훈은 돈을 갚고 찾아가겠다며 억지로 시계를 채워주지만 애나는 무뚝뚝하게 돌아선다. 한편 7년 만에 만난 가족도 시애틀의 거리도, 자기만 빼 놓고 모든 것이 변해 버린 것 같아 낯설기만 한 애나. 감정 없이 돌아가려 발길을 돌린 터미널에서 훈을 다시 만난다. 그리고 장난처럼 시작된 둘..

[쿠엔틴 타란티노. Top 5]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쿠엔틴 TOP5. 그 네 번째 #04. Once Upon a Time... in Hollywood 개봉/국가 : 2019.09.25 / 영국, 미국 장르/등급 : 드라마, 코미디 / 청소년 관람 불가 출연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브래드 피트, 마고 로비, 알 파치노, 커트 러셀, 다코다 패닝, 버트 레이놀즈 그때 그랬더라면 지난날을 돌이켜 보면 '그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혹은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어땠을까?'라는 공상에 잠길 때가 있습니다. 그날 그 자리에 없었더라면.. 그때 그 주식을 샀더라면.. 흑.. 물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개인사가 아니라 역사를 다루는 데 있어 이런 발칙한 상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을 비트는 장르가 있는데 '대체 역사물'이라 합니다...

거장열전 2022.10.04